목재나 목재 대체품으로 만드는 것보다 빠른 '골판지 관' 떠올라
주문사항에 따른 디자인 적용 가능... 화장 시 온실가스 배출도 적어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증가하면서 우리나라도 장례대란이라고 할 만큼 장례식장과 화장터 부족 문제가 심각해졌다. 여기에 국화꽃과 오동나무 관의 가격이 급등하고 품귀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사실 시신을 모실 관 부족 문제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데 최근 홍콩의 대응에 시선이 간다.
인구 740만 명의 홍콩은 12월 말 이후 7300명 이상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다. 현재 아시아에서 치명률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작되어 있던 관은 물론이고 필요한 관이 부족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영토가 좁고 인구가 밀집한 홍콩은 화장문화가 보편화되어 있어 관은 우리처럼 목재 또는 목재 대체품으로 만들게 된다. 그러나 현재의 심각한 상황에 대응할 정도의 생산속도가 되지 않아 일각에서는 대안으로 친환경 골판지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홍콩 남부 에버딘(Aberdeen)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라이프아트아시아(LifeArt Asia)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디자인해서 생산할 수 있는 골판지 관을 제작하는데 하루에 최대 50개를 생산한다.
회사의 CEO 윌슨 통(Wilson Tong)은 "사람들이 종이로 만든 관을 사용하는 것을 조금 부끄럽게 생각한다. 이것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분위기를 인정하면서도 종교·문화·취미 등을 반영할 수 있는 디자인이 가능한 것을 강조하며 "사람들에게 충분한 선택권을 주고, 그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장례식을 맞춤화해서 더 즐거운 이별을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회사는 골판지 관을 화장할 경우 나무나 목재 대용품으로 만든 관에 비해 온실가스를 87% 적게 배출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관의 무게가 10.5kg에 불과하면서도 최대 200kg의 시신을 운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비영리단체인 'Forget Me Not(나를 잊지 마세요)'은 병원과 유가족에게 전달하기 위한 관으로 300개를 구입하기도 했다.
이미 2020년에 볼리비아에서도 종이관이 등장한 적은 있다. 당시 급증하는 사망자에 대응하기 위해 볼리비아의 대도시 산타크루스가 종이로 만든 관을 주문해서 무료로 지원하는 형태였다. 다만 아주 간단한 박스 형태로 손잡이나 별도의 장식은 없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지 않을 거라 믿고 특수한 상황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리고 장례라는 문화와 임하는 마음의 무게도 우리가 맞이하는 인생의 순간들 중에서도 특히 남다르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상황을 떠나 한 번쯤은 관대하게 생각해 볼 문제는 아닐지 떠올려 본다.
케미컬뉴스 김수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