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아재비과에 있는 '아코니틴', 천남성의 '코니인'이 대표적인 성분
체질과 계절, 변질 등으로 사약으로써의 효능은 개인별로 천차만별
사약의 재료가 되었던 독초의 잘못된 섭취 사고는 지금도 이어져

사극을 보다 보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사약을 마시는 장면이다. 신분이 높은 이를 대상으로 교수나 참수 대신 사형을 집행할 때 사용된 사약은 독성을 지닌 약초를 섞어서 조제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통 부자(附子)·초오(草烏)·천웅(天雄)·오두(烏頭) 등으로 불리는 미나리아재비과 덩이뿌리가 주로 사용되는데 중국 당나라 때부터 독극물 제조에 활용되어 왔다. 여기서 중요한 성분은 '아코니틴(aconitine)'이다. 

부자의 덩이뿌리에 들어있는 '아코니틴' 성분 /사진=허브스토리, ⓒ포인트경제CG

아코니틴은 맹독성으로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는 것은 물론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분비를 저하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는 심장정지·호흡곤란·근육마비·내장출혈 등을 일으켜 사망까지도 이르게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담금주 원료 선택과 담금 시 유의할 점'을 통해 아코니틴과 메스아코니틴을 지목하며 초오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사약 조제에 사용된 것으로 추측되는 또 다른 독초인 천남성은 '코니인(coniine)'이라고 하는 맹독성 알칼로이드를 함유하고 있다. 소크라테스 등 고대 그리스 정치범 등을 처형할 때 사용되기도 한 코니인은 중추신경을 억제해서 호흡을 어렵게 하고 의식상실 등을 유발하며 사망에 이르게 한다.

열매가 익으면 붉게 변하는 천남성 /사이언스타임즈 갈무리
열매가 익으면 붉게 변하는 천남성 /사이언스타임즈 갈무리

다만 이런 독초들이 사용된 사약이라고 하더라도 사극에서처럼 빠른 반응이 왔던 것은 아니다. 사람의 체질에 따라 독성의 발휘가 다르고 약재다 보니 계절에 따라 약효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점, 유배지에 사약을 가져갈 경우 도중에 변질되는 문제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리학의 거두 송시열은 3잔의 사약을 마신 것으로 전해지며, 조정 비난을 죄목으로 사약을 받은 임형수는 사약을 16잔이나 마신 뒤에도 살아있어 결국 목을 메 사망하기도 했다. 기록에 따르면 사약의 효능을 높이기 위해 온돌방에서 마시게 하는 웃지 못할 일도 비일비재했다고.

한편, 독초인 초오로 인한 사고는 지금도 드물지 않게 발생하기도 한다. 2019년 광주에서는 평소 민간요법으로 복용하던 초오를 명탯국에 넣어 끓여 먹은 70대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는가 하면, 작년 4월에는 충북 영동에서 초오를 약초로 잘못 알고 나물처럼 무쳐 먹은 주민 7명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는 사고도 발생한 바 있다.

2016년에 경남 통영에서는 등산을 하던 50대가 호기심에 천남성 열매를 먹고 병원으로 이송되어 입원치료를 받는 일이 있었다. 열매 색깔이 고와 경솔하게 먹은 것이 급격한 호흡곤란과 통증, 안면마비 증세로 이어진 것이다. 반드시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참고로 사약은 죽을 사(死)가 아닌 하사할 사(賜)를 쓴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저작권자 © 포인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