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미트에서 선보인 파란색 스테이크 대체육
pH에 따라 색이 변하는 원리를 적용한 면 요리
검은색을 입힌 치킨·떡볶이·햄버거 등의 경쟁적 출시

우리는 음식을 처음 접하게 될 때 일단 눈으로 맛을 본다. 입으로 먹기 전에 일단 모양과 장식, 구성 등으로 보는 맛을 느끼게 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색깔이다.

음식의 색깔 /사진=픽사베이

보통 빨간색 음식은 시선을 잡으면서 식욕을 자극하고 매운맛을 떠올리게 하는가 하면, 녹색은 건강한 느낌을 주지만 식욕을 돋는데 매력적이지는 않다. 흰색은 깔끔한 느낌과 무미건조함의 경계에 있고, 갈색을 띠는 음식은 자연스럽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식이다. 물론 메뉴와 재료에 따라 좀 더 복합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색을 통한 음식의 인상은 어느 정도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음식 색에 대한 고정관념의 변화 혹은 편견에 대한 도전과 같은 흐름이 주목된다.

2018년 스페인에서 설립된 스타트업 노바미트(Novameat)는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서 식물성 고기를 만든다. 쌀·완두콩·해조류 등에서 추출한 소재를 근섬유 형태로 만들어 0.1~0.5㎜ 두께로 3D 프린팅 해서 고깃덩어리를 만들어 내는 식이다.

이곳에서 최근 파격적인 파란색 스테이크용 고기를 프로토타입으로 선보였다. 5분 만에 인쇄된 파란 스테이크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조류(藻類, algae)로 불리는 스피룰리나(spirulina)가 첨가되어 이 같은 색을 띠게 된 것으로 육류를 만들 때 처음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푸른색 고기 프로토타입
푸른색 고기 프로토타입 /Forbes 갈무리

창업자 겸 CEO인 주세페 시온티(Giuseppe Scionti)는 "우리는 미래처럼 보이는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 이 색을 선택했다"라고 말하며 "한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 기술을 통해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서 하이브리드 대체 육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뉴욕의 브루클린 맥카렌 호텔에 위치했던 태국 요리 레스토랑 타이미(Thaimee)에서는 '매직 누들 샐러드(Magic Noodle Salad)'를 선보인 바 있다. 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당면을 완두콩 꽃에 담고 웨이터가 라임주스를 부어주면 면의 색이 변하는 메뉴다.

매직 누들 샐러드 /Bizbash 갈무리

꽃잎에 들어있는 안토시아닌이 pH가 낮은 라임주스와 만나면 색이 변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요리사의 실험을 통해 정식 메뉴로 태어난 것이다. 재밌는 것은 음식 자체는 너무 짜서 못 먹는 경우가 많았지만 독특한 색이 부각되어 '인스타를 위해 먹는(eating for the insta)' 것으로 화제가 됐다는 사실. 애석하게도 지금은 폐업되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음식에 검은색 입히기가 유행하고 있다. 치킨업계 3위인 BBQ는 지난해 10월 오징어 먹물을 넣어 튀긴 '까먹(물)치킨'을 출시했다. 겉모양은 새까맣게 타버린 느낌의 검은색 닭 껍질로 생소하지만 회사는 'MZ세대의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며 출시 이유를 밝혔다.

BBQ 꺼먹(물)치킨(왼쪽)과 롯데리아의 블랙오징어버거(오른쪽) /BBQ, 롯데리아

롯데리아 역시 오징어 먹물을 이용한 '블랙오징어버거'를 선보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서 모티브를 가져오면서 전통적인 패티색에 과감한 변화를 준 것이다. 이 밖에도 '블랙로제떡볶이'·'핫블랙투움바떡볶이'·'리얼초코떡볶이'와 같은 검은색 떡볶이들이 화제를 낳기도 했다.

혁신과 개성, 자기표현 등 다양한 이유 속에서 음식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색에 대한 반란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포인트경제 이민준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포인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