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 혈관들의 변화는 혈관질환의 지표
망막 스캔을 통해 12개월 내 심장마비 위험을 예측하는 AI
이미지 패턴과 의료 데이터 학습으로 정확도 높여

눈을 보고 심장병을 예측한다? 얼핏 들으면 믿기 어렵겠지만 인공지능(AI) 시스템과 만나 점점 가능성을 높이고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영국 리즈대학교(University of Leeds)는 최근 과학학술지 〈네이처 머신 인텔리전스(Nature Machine Intelligence)〉를 통해 망막 스캔만으로 70~80%에 이르는 정확도의 심장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5000명 이상의 망막 스캔과 심장 스캔을 딥러닝(Deep Learning) 과정에서 AI가 분석, 망막의 병리와 환자의 심장 변화 사이의 연관성을 식별함으로써 가능하게 된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Predicting myocardial infarction through retinal scans and minimal personal information(망막 스캔 및 최소한의 개인 정보를 통한 심근경색 예측)'/ Nature Machine Intelligence 갈무리

학계에서는 망막의 작은 혈관들의 변화를 심장문제를 포함한 광범위한 혈관 질환과 관련된 지표로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연구팀은 망막 스캔 분석을 통해 심장마비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식별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AI 시스템에 이미지 패턴을 학습시켰다.

학습이 완료된 AI는 망막 스캔만으로 좌심실의 크기와 박동 효율을 추정할 수 있었는데, 좌심실비대증은 심장질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여기에 환자의 나이와 성별을 포함한 기본적인 인구통계자료를 결합하면 AI 시스템은 12개월 내 심장마비 위험을 예측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망막 스캔 /사진=UK Biobank, 리즈 대학교
망막 스캔 /사진=UK Biobank, 리즈 대학교

기존에는 좌심실 크기와 박동 효율을 측정하려면 초음파 검사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고 접근성도 높았다. 그래서 망막 스캔만으로 사전에 위험성이 높은 환자를 찾고 관리할 수 있는 이번 기술은 상당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연구를 감독한 알렉스 프랜지(Alex Frangi) 교수는 "이 기술은 심장병 검사에 혁명을 일으킬 가능성을 열어준다"라고 말하며 "망막 스캔은 비교적 저렴하고 많은 안경점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자동 검진을 통해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 환자는 전문 심장 서비스를 의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구글의 바이오 테크 자회사 베릴리(Verily)는 지난 2018년 과학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을 통해 안구검사를 통한 심장질환 위험측정 방법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연구는 약 30만 명의 눈을 스캔하고 얻은 의료 데이터를 딥러닝 알고리즘에 적용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Prediction of cardiovascular risk factors from retinal fundus photographs via deep learning(딥러닝을 통한 망막 안저사진으로부터 심혈관 위험 요인 예측)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갈무리

이 알고리즘은 안구 뒤쪽을 스캔해서 분석하는 것만으로 개인의 나이·혈압·흡연 여부 등과 같은 심장질환 위험과 밀접한 데이터를 정확하게 추론할 수 있다. 당시 5년 이내 심혈관계 질환을 겪은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망막 이미지 분석에서 알고리즘은 70%의 정확도를 보였는데, 이는 혈액검사방식의 정확도 72% 보다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포인트경제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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