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 올림픽은 100% 인공눈 사용
지역적 특색과 지구온난화가 주요 원인
소모되는 물의 양·제설에 필요한 에너지·화학첨가물·선수 안전 고려해야

100% 인공눈으로 치르게 되는 첫 동계올림픽? 이번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야기다.

이전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는 경기장에 사용된 눈의 약 80%가 인공눈이었고, 2018년 평창 올림픽은 인공눈으로 약 90%를 채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모든 눈을 인공눈으로 대체하게 됐는데 원인은 지역적 특징과 기후온난화다.

경기가 진행되는 베이징-장자커우 지역은 1981년부터 2020년까지 40년 동안 겨울 평균 강수량이 7.9mm에 불과하다. 눈이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물자체가 부족한 수준이다. 홍콩 소재의 환경단체 '차이나 워터 리스크(China Water Risk)'는 장자커우 지역의 반 이상이 극심한 물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1인당 지역 수자원이 중국 전국 평균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40년간 장자커우 강수특성-장자커우 기상청 발간 /VIP 중국 저널 서비스 플랫폼 갈무리

이런 상황에서 동계올림픽의 설상 경기를 치르려면 인공눈을 만드는데 뿐만 아니라 지반을 얼리기 위한 물까지 엄청난 양이 필요하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은 대회에 필요한 인공눈을 만드는데 2억 2200만 리터의 물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는가 하면, 스트라스부르 대학의 지리학자 카르멘 드 용(Carmen de Jong)은 올림픽 수영장 800개를 채울 수 있는 2백만 입방미터의 물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장자커우의 산들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위해 인공 눈으로 덮여 있다. /블룸버그 갈무리

결국 조직위는 지하수와 빗물 등을 최대한 동원하고 부족분은 주변 지역 저수지의 물을 파이프로 끌어다 쓰는 방법을 선택했다. 여기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자연적인 물 순환을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눈이 부족한 데는 지역적인 문제도 있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베이징 지역만 하더라도 1970년대에 비해 겨울이 10일 이상 짧아졌는데,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의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동계올림픽을 열기에 적합한 장소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만약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일본 삿포로에서만 동계올림픽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

인공눈은 환경오염의 우려도 안고 있다. 앞서 지적한 엄청나게 소비되는 물은 물론 눈을 만들기 위해 동원되는 물 냉각탑과 제설기를 가동하기 위한 에너지 양 역시 상당하다. 그래서 재생에너지 활용을 통한 친환경을 내세우는 이번 올림픽에서 과연 감당이 될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방치된 가리왕산 /내일신문 갈무리

눈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첨가물은 눈이 녹으면서 주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 평창 동계올림픽 알파인 경기가 열렸던 가리왕산은 그해 4월이 지날 때까지도 산 중턱과 슬로프에 인공눈이 그대로 남아있었는가 하면, 코스를 따라 새 생명이 자라지 못해 할퀸듯한 모습으로 주변 환경과 대비되는 후유증을 겪기도 했다. 그리고 숲으로 복원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처참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2022베이징올림픽에는 약 80만 평방미터의 면적을 커버하기 위해 300대의 제설기를 사용한다 /BBC 갈무리

인공눈은 천연 눈에 비해 선수들에게 더 위험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인공눈의 표면이 더 단단하고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 부상 위험을 높이는 것이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영국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로라 도날드슨(Laura Donaldson)은 "제설기로 슈퍼 파이프를 만든다면 벽과 바닥이 모두 단단해져서 선수들에게 매우 위험하다"라고 지적한다.

스키 선수 /사진=픽사베이

인공눈 없이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없는 시대인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사용하는 과정에 대한 고민과 관리는 지속되어야 하고, 거기에는 책임감도 반드시 필요하다. 겨울은 돌아와야 한다.

포인트경제 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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