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트 폼 등 다양한 소비재에 사용되는 난연제, TDCIPP
UC 리버사이드 대학 연구, "차 안의 먼지 닦은 그룹과 아닌 그룹 모두 차이 없어"
유해물질 'TDCIPP'가 먼지에서 나온 게 아니라 차량 내부 가스나 에어로졸 형태
환기, 마스크 착용 필요...TDCIPP의 다른 대체 정책 필요

'통근 시간이 길수록 사람에게 트리스(1,3-디클로로-2-프로필) 인산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이미지=Environment International 
'통근 시간이 길수록 사람에게 트리스(1,3-디클로로-2-프로필) 인산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이미지=Environment International

자동차 오염물질에 대한 많은 연구는 차량 내부로 유입되는 외부 대기 오염물질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자동차 내부에서 방출되는 화학물질도 위험 요소가 된다.

지난 2020년 환경 과학저널 'Environment International'에 발표된 UC 리버사이드 대학의 새로운 연구에서 자동차로 통근하는 시간이 길수록 발암물질로 알려진 화학 난연제에 더 많이 노출된다고 결론지은 바 있다.

이러한 연구를 이끈 UCR 환경 독성학자인 데이비드 볼츠(David Volz)는 지난 10여 년 동안 유기인산 에스테르라고 하는 새로운 난연제 종류의 독성을 연구해왔다. 유기인산 에스테르의 독성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데 TDCIPP는 그중 하나다. 

Tris(1,3-dichloroisopropyl)phosphate (TDCPP)의 화학구조와 속성

Toxic-Free Future(무독성 미래)에 따르면 'TDCIPP' 또는 '염화 트리스(chlorinated tris)'라고 불리는 이 물질은 1970년대에 어린이 잠옷 등에 사용되던 난연제였다.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으로 사용에서 제외되었으나 지금은 가구 및 유아용품 등 다양한 소비재에 사용되는 연질 폴리우레탄 폼, 자동차 내부의 시트 폼에 널리 사용된다.

볼츠는 제브라피시(zebrafish)를 모델로 사용한 연구에서 TDCIPP가 배아의 정상적 발달을 방해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 TDCIPP가 불임 치료를 받는 여성의 불임 문제와의 강한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차로 통근하는 사람들의 발암물질 노출 연구

UC 리버사이드 대학 연구팀은 듀크 대학과 함께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USDA 국립 식품농업연구소의 자금지원을 받아 차 통근시간 동안에 화학물질 노출 연구를 시행했다.

연구팀은 자동차에 여전히 널리 사용되고 있는 TDCIPP의 노출을 측정하기 위해 자동차로 통근을 하는 90명의 참가자에게 5일 동안 실리콘 팔찌를 착용하게 했다. 실리콘의 분자 구조는 공기 중 오염 물질을 포착하는 데 적합하다고 한다. 

'통근 시간이 길수록 사람에게 트리스(1,3-디클로로-2-프로필) 인산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Environment International 갈무리
'통근 시간이 길수록 사람에게 트리스(1,3-디클로로-2-프로필) 인산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Environment International 갈무리

여러 유기인산 에스테르가 테스트되었지만 TDCIPP만이 차 안의 통근 시간과 강한 연관성을 보여주었고, 차량에 오래 머물수록 TDCIPP에 대한 노출이 높았다.


차량 내부 청소를 자주 하면 노출을 줄일 수 있을까?

일부 연구에서 먼지를 제거하면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을 낮출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최근 볼츠와 연구원들은 자동차 내부에도 적용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새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26일 환경 연구 저널에 게재된 UC 리버사이드 대학의 새로운 연구에서 차로 통근하는 50명의 참가자에게 2주 동안 4그룹으로 나누어 연구를 진행했다. 한 그룹은 차 안의 먼지를 전혀 닦지 않았고, 두 번째 그룹은 2주 동안 먼지를 닦았고, 다른 두 그룹은 2주 중 단 한 주 동안만 닦았다. 

참가자들에게는 지난 연구처럼 공기 중 오염물질 포착을 위한 실리콘 팔찌가 제공되었다. 먼지를 닦지 않은 그룹이 높은 농도의 오염물질을, 먼지를 닦은 그룹은 더 낮은 농도가 나올 거라는 가설을 가졌던 연구팀은 그 차이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Partial dust removal in vehicles does not mitigate human exposure to organophosphate esters(차량의 부분적인 먼지 제거는 유기인산 에스테르에 대한 인간의 노출을 완화하지 않는다)' /Environmental Research 갈무리
'Partial dust removal in vehicles does not mitigate human exposure to organophosphate esters(차량의 부분적인 먼지 제거는 유기인산 에스테르에 대한 인간의 노출을 완화하지 않는다)' /Environmental Research 갈무리

TDCIPP가 청소를 안 한 먼지에서 나온 게 아니라 자동차 좌석에서 가스나 에어로졸 형태가 실리콘 밴드로 직접 이동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먼지가 주요 노출 경로가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분진이 TDCIPP와 같은 화합물에 붙는 것이지만 사람들이 공기 중 화합물을 흡입하고 있다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볼츠는 말했다. 


우리 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차 내부의 유해한 화학물질 노출을 줄이려면 TDCIPP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정책으로 변경되는 것 외에 차 안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마스크가 코로나19의 전파를 완화하는 것처럼 에어로졸 단계의 난연제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몇 년 전부터 유독물질 나오는 난연제 첨가 제품 위험에 대한 내용이 보도된 바 있다. 불이 붙을 가능성이 있는 제품에 화재 예방을 위해 난연제를 사용한 유아용품 등에서 환경호르몬이 방출되기도 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요가 매트, 자동차 시트, 폴리우레탄 폼을 포함하는 가구 제품들이 이에 해당되는데 난연제를 첨가해 만든 다양한 제품들이 많은 만큼 집에서나 차 안에서나 환기는 매우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유럽 등 선진국에서 유해물질이 나오는 난연제의 규제 강화에 대한 흐름을 포착해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와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포인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