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과 생리 주기 변화에 대한 연구 조사
여성의 생리 주기는 뇌와 난소 사이의 화학적 상호작용에 의해 조절
예방 접종은 강력한 면역 반응 유발하도록 설계
HPV백신, 일시적 생리 주기 영향 보고... 생식력 감소 증거는 없어
일시적 변화 시사, 후속 데이터 필요...그럼에도 백신 접종 중요
생리 불순에 대한 우리의 대처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여성들 중에 생리 불순을 겪었다는 사례는 빈번하게 들려왔다. 

생리통 /사진=픽사베이

지난해 9월에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백신 접종 후 부정출혈과 생리불순' 사례는 일주일 간 700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고, 해외에서도 지난해 미국은 15만 건, 영국은 3만 건이 넘는 이상 증상이 보고된 바 있다.

최근 케미털뉴스가 백신 접종 후 생리 불순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40대 여성들 중에는 백신 접종 후 생리불순을 포함해 폐경이 빨리 온건가라는 걱정도 든다고도 했다.

서초동에 사는 자영업자 A씨(45세)는 "코로나19 백신(화이자) 2차 접종 후 한 달에 두세 번의 생리를 경험했는데, 3차 접종 이후에는 다시 정상 주기로 돌아왔다"라고 말했다.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B씨(44세)도 "화이자 백신 2차 접종 후 한 달에 생리를 두 번 했다. 개인적으로 생리 주기가 40여일 주기로 긴 편인데 12월 초에 했는데 20일 후에 또 해서 놀랐다"라며 "그 시기에 탈모도 생겨서 고민이 많았다. 백신 접종 후 탈모에 대한 내용을 찾아보니 일시적인 거란 이야기에 좀 기다려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방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C씨(44세)는 "모더나 백신을 접종했는데 생리 주기 변화뿐만 아니라 외음부 습진 등이 생겨서 고생했다. 주변에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백신과 생리주기 변화에 대한 연구 조사

미국 포틀랜드에 있는 오리건 보건과학 대학교 앨리슨 에델먼이 이끄는 연구는 코로나19 백신이 여성들의 생리 주기가 변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보다 과학적으로 접근한 최초의 연구 중 하나다.(미국 산부인과 의사 협회 게재, 2022. 1.5)

3959명의 여성이 연구에 참여했는데 이중 2403명이 백신(대부분 화이자나 모더나)을 맞았고, 1556명이 백신을 맞지 않았다. 연구팀은 백신 접종 전 3주기와 백신 종후 3주기의 데이터를 분석했으며, 백신 미접종자는 연속 6주기 동안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월경 주기와 코로나바이러스 질병 2019(COVID-19) 예방 접종 간의 연관성
(미국 코호트) /미국 산부인과 의사 협회 갈무리

결과는 백신을 접종한 여성의 생리 주기가 평균 하루 정도 길어질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인 것으로 보이며 의학적으로 해로운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평균적으로 1차 접종은 주기 길이가 0.71일 증가, 2차 접종은 0.91일 증가와 연관이 있었다. 두 주기에 걸쳐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들은 각 예방접종 주기에서 하루 미만의 증가를 보였다는 것인데. 생리 출혈 일수에는 변화가 없었다. 백신 미접종자는 주기 길이에 큰 변화가 없음을 확인했다. 

월경 주기와 코로나바이러스 질병 2019(COVID-19) 예방 접종 간의 연관성
(미국 코호트) /미국 산부인과 의사 협회 갈무리

동일한 생리 주기에서 2차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 358명이 주기 길이가 2일 더 크게 증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변화는 이후 주기에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생리 변화가 일시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제 산부인과 연맹은 생리 주기 길이의 변화가 8일 미만인 경우 정상으로 분류한다.

임상시험과 연구에서 이미 코로나19 백신이 임산부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이 입증되었지만 생리 불순에 대한 것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고 전해졌다. 

지난해 국내에서 백신 접종 후 부정출혈과 생리 불순 등의 월경 이상 증상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온 바 있다. 질병관리청은 생리 이상반응을 신고시스템 항목에 추가키로 결정했으며, 접종 이상 반응 신고 시 ‘기타’를 선택하고 월경 이상 등을 기록해달라고 밝혔다. 관련 연구도 추진할 예정이다.

월경 관리 앱 ‘헤이문’을 서비스하고 있는 해피문데이는 지난해 9월 코로나19 백신접종 기록 기능을 헤이문에 추가한 바 있다. 여성들의 막연한 불안감보다 이러한 기록을 통해 월경 관련 변화를 관리 관찰하도록 지원하기 위함이었는데 당시 백신 접종 기록을 추가하고 나흘 만에 기록이 1만 건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월경관리 앱 '헤이문' 화면 캡쳐

지난 28일 해피문데이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과 생리 불순에 대한 의학적인 데이터 적립이 된 상태가 아니다. 헤이문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부분을 지원할 수 있을까 내부에서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헤이문은 백신 접종 후 월경의 변화가 있었다면 내용을 기록해 두었다가 다음 주기에도 반복되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러한 기록은 접종 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파악하고 병원 진단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부정출혈이 장기간 지속되면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백신과 생리 주기 변화는 어떤 의미로 설명되나

세계백신면역연합(Global Alliance for Vaccines and Immunization, GAVI)에 따르면 여성의 생리 주기는 뇌와 난소 사이의 화학적 상호작용에 의해 조절되며 이는 신체적·정서적 스트레스에 의해 방해를 받을 수 있다.

예방 접종은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발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물리적 스트레스 요인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HPV(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도 일시적인 생리 주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지만, 생식력을 감소시킨다는 증거는 없다.

여성의 월경이 몇 주기 내에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은 이것이 일시적인 변화일 뿐임을 시사하지만 연구자들은 아직 이를 확실히 말할 수 있는 후속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또한 전 세계 인구나 생리 주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저 질환이 있는 여성에게 일반화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생리 주기 변화를 인구 수준에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찾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코로나19 감염은 생리 주기 변화뿐만 아니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기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하며, 가능한 한 백신 접종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생리대 /사진=픽사베이
코로나19 백신접종과 생리 불순의 연관성  /사진=픽사베이

일반적으로 여성의 생리주기는 난포기, 배란기, 황체기 등 세 가지 시기로 구성되는데 14일로 거의 일정한 황체기와 달리 난포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난포기의 길이가 짧은 사람은 한 달에 두 번 생리를 할 수 있고, 난포기 길이가 긴 사람은 생리 간격이 길어져서 매달 생리를 하지 않을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정상 생리주기로 알고 있는 28일의 생리주기를 가진 여성은 전체의 15% 정도이며, 대부분의 여성은 21~35일의 생리주기를 가진다. 또한 주기가 규칙적인 여성의 20%는 불규칙한 생리주기를 경험할 수 있다. 보통 30대에 생리주기가 가장 짧아지고, 40대 이후에 다시 길어진다고 한다.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생리 불순에 대한 우리의 대처

코로나19로 인한 여러 가지 스트레스 상황에서 여성들이 건강한 월경 생활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생리 주기는 심한 운동,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포함해 영양상태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심한 다이어트는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쳐 생리가 불규칙해지거나 무월경이 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배달음식 소비도 늘었고, 이로 인해 생리불순의 대표적 원인 다낭성난소증후군의 위험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자극적이고, 달고 짠 음식보다는 칼로리, 당, 염분이 낮춰진 음식을 먹는 게 좋겠다. 또한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보다는 디카페인이나 칼로리가 적은 음료가 권장된다.

재택근무 등으로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졌을 생활에서 올바른 자세와 습관을 신경 써야 한다. 배를 심하게 쪼이는 옷이나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 등은 골반을 틀어지게 하고 생리불순 유발로도 이어질 수 있으므로 압박을 주지 않고 바른 자세로 앉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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