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비특이성질환 환경피해 인과관계 인정 사례"
비료공장 배출 유해물질과 주민들 암 발생 간에 역학적 관련성 있다
발암물질,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와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 등
오염원인과 피해와의 인과관계 밝혀내는 것의 어려움
장점마을 사건 이후 국내 관련제도 변화
환경오염으로 피해를 겪고 있는 또다른 지역들

전라북도 익산 함라산 아래에 조용하고 평범한 작은 시골 농촌마을. 대략 8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던 장점마을은 20년 전부터 시작된 심각한 환경 오염 피해로 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과 여러 사망자들이 생겨난 비극적인 환경성 암 사례다.

지난해 11월 정세균 국무총리와 송하진 전북도지사, 정헌율 익산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전북 익산시 장점마을 금강농산을 방문해 장점마을 환경오염사고 원인 발생지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러한 환경오염 피해는 2001년부터 폐기물을 이용한 비료공장((유)금강농산)이 가동되면서 심각한 악취, 대기오염을 비롯해 폐기물 불법 매립과 폐수 무단 방류로 인해 저수지와 지하수 오염 등 때문이었다. 2017년 봄 금강농산의 대기배출시설 폐쇄 명령 처분이 될 때까지 주민의 환경피해는 증가해왔다.

지난 1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해외사례 〈시빌액션〉 영화상영 및 환경성 암환자 찾기 토론회'에서 장점마을 환경비상대책 민관협의회 위원이자 좋은정치시민넷 손문선 대표가 국내 사례인 '장점마을 집단 환경성 암 의미와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손문선 좋은정치시민넷 대표가 '전북 익산 장점마을 집단 환경성암 의미와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포인트경제

손 대표는 "장점마을의 환경오염 피해는 국내 최초 비특이성 질환 환경피해 인과관계 인정 사례"라며, "주민 80명 중 33명이 암에 걸리고 15명이 사망했다. 오염원이었던 공장의 노동자도 5명이 암에 걸렸고, 대표도 폐암으로 사망했다. 주민들의 고통은 공장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로 인한 악취와 분진으로 숨 쉬기 조차 힘들어 정상적인 생활의 불가능뿐만 아니라 피부질환, 정신적 질환까지 유발했다"라고 말했다.

장점마을 주민 피부질환 사례들 /장점마을 백서 갈무리
장점마을 주민 피부질환 사례들 /장점마을 백서 갈무리

장점마을 주민들의 피해는 남녀 전체 암 발생률로 확연히 드러난다. 갑상선을 제외한 모든 암, 간암, 기타 피부암, 담낭 및 담도암, 위암, 유방암, 폐암에서 전국 표준인구 집단에 비해 약 2~25배 범위까지도 나타났다.

표준 암 발생 비율에 비해 장점마을 주민들이 모든 암에서 남녀 전체 2배가 넘었고, 기타 피부암은 20배가 넘었다. 담낭 및 담도암은 남자의 경우 16배가 넘었다. 또한 대조지역 주민보다 치매와 인지기능 저하도 높게 나왔고, 우울 증상도 심한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폐수를 흘려보내 저수지가 오염되면서 가축이나 주변 야생동물들도 갑자기 죽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물고기 집단 폐사를 포함해 어린 송아지가 원인을 알 수 없이 많이 죽거나, 마당에서 길렀던 닭, 개를 비롯해 야산에서 많이 보이던 토끼도 사라졌다.

장점마을 주변 가축과 동물의 피해 /장점마을 백서 갈무리

집단 암 원인 유해물질,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

2019년 포인트경제 '살기좋던 그 시골마을 주민들은 왜 암으로 죽어갔나'에서도 다뤄졌던 장점마을에 배출되던 발암물질은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와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 등이다. TSNAs는 담뱃잎을 건조와 숙성 가공 과정이나 보관 과정에서도 생성되며, 95%가 니코틴인 담뱃잎의 알칼로이드의 니트로소화 과정에서 생성된다. 인체 위해성으로 알려진 4종의 TSNAs는 NNK, NNN, NAB, NAT가 있다.

환경부 역학조사 결과 (유)금강농산은 퇴비로 사용해야 할 연초박을 불법으로 유기질 비료 원료(건조 공정)로 사용했고, 건조 과정 중 배출되는 PAHs와 TSNAs가 대기 중으로 비산 되어 장점마을 주민들의 건강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했다. 

정부는 지역에 대한 환경오염노출평가와 주민건강영향평가 결과를 종합 분석해 비료공장 배출 유해물질과 주민들의 암 발생 간에 역학적 관련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초박을 불법 비료 원료로 사용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를 사용하면 병충해가 안 생길 정도로 워낙 독해 농사가 편하다는 이유였지만, 이렇게 얻는 수확물은 인체에도 해로울 것이 당연한 일이다. 

2017. 7월, 8월, 11월 익산시, 주민대책위원회 (유)금강농산 내 시료 채취 /장점백서보고서 갈무리

장점마을 사건 이후 국내 관련제도 변화

지난해 말 농촌진흥청은 '비료 공정규격 및 설정 고시'를 개정해 연초박을 부산물비료 원료에서 삭제했다. 환경부는 '환경보건법' 개정으로 역학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을 신설해 올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제 2개 이상 서울시·광역시·특별자치시·도·특별자치도에 걸친 조사의 경우 환경부, 관할 지역에서 환경피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는 시·도지사가 처리하고 지역환경보건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익산시는 환경시설 공장 인허가 시 사전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검증체계를 구축했다.

앞으로도 ▲환경시설 지자체 통합 지도점검 구축, ▲환경오염 발생 시 대응 행정기관 대응 매뉴얼과 사업장 확인 등 점검 업무지침 마련, ▲ 폐기물관리법에 재활용 폐기물에 대한 사전분석 항목 고시 등 기준 강화, ▲대기 환경보전법 등 사전허가 방식과 짧은 허가처리기간의 문제 개선 등의 과제는 남아있다.

익산 장점마을 집단 암 피해를 정리한 백서도 출간되었다. '환경정책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장점마을 백서제작 최종보고서'인 이 백서는 20년 간 장점마을 발암 피해 조사 결과와 주민의 원인 규명 등의 활동과 자료를 기록 정리했다. 

최종보고회 이후 장점마을과 공장의 오염정화가 진행되고, 공장의 활용과 관련해 환경부와 익산시가 계획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7일 익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장점마을 주민 175명에게 50억 원을 나눠 지급하라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화해권고결정은 법원이 원·피고에게 화해안을 결정하고 위 결정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2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면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민사소송제도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전북지부 관계자들과 장점마을 주민들은 13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을 찾아 전북 민변 '익산 장점마을 주민소송' 기자회견을 열고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6일 뉴시스에 따르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전북지부는 "최대한 많은 주민과 합의하겠다던 익산시와 전북도는 입장을 바꾸고 과거 합의안·조정안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7명의 주민들에 대해 이의신청을 했다"며 "예산안을 수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변명을 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최초 합의한 147명 외에 7명에 대해서는 추경을 세워 제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익산시는 장점마을 주민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환경성질환 치료에 드는 비용을 지원하는 의료 지원 조례를 제정해 2022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익산시는 올해 옛 금강농산 부지의 훼손된 생태축 복원사업 65억 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장점마을 사태를 화두로 올리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다시는 이와 같은 피해가 일어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환경성암] ①어느 날부터 내 가족·이웃이 계속 암에 걸린다면?'에서 언급됐던 해외사례와 마찬가지로 환경역학조사에서 오염원인과 피해와의 인과관계를 밝혀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고 장기간이 소요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예방과 차단이 가장 중요한 이유다.

장점마을 백서는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들이 피해자 구도에서 벗어나 환경문제 지적과 적극적 대응, 오염피해를 막고자 뜻을 함께한 시민단체, 전문가, 정치인, 법조인, 교수, 기자 등의 협력하여 이루어낸 결과이며, 이러한 기록이 앞으로 장점마을과 유사한 환경피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가이드 역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장점마을 /사진=구글어스

환경오염으로 피해를 겪고 있는 또다른 지역들

익산 장점마을 사례는 비특이성 질환의 역학적 관련성을 확인한 첫 사례다. 지역별로 환경오염원으로 인해 주민들이 호흡기 질환이나 고혈압, 피부염을 비롯해 다양한 질환의 피해를 겪고 있다고 알려진 곳은 ▲전라남도 남원의 내기마을 아스콘공장 인근 발병한 암 사례, ▲경기도 안산의 연현마을 주변 아스콘공장 사례, ▲김포시 대곶면 거물대리 공장, ▲서천 옛 장항제련소 인근 지역 중금속 배출, ▲대구 안심연료단지 지역, ▲충남 부여 장암마을 사례 등이 있다.

올해 3월 김포시 거물대리 지역 주민 94명이 추가로 환경오염 피해를 인정받아 총 170명이 인정되기도 했다. 이들은 정부의 구제급여 지급 대상자로 인정되어 의료비를 받게 되었다. 환경부는 앞서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김포시 거물대리, 서천 옛 장항제련소 인근, 대구 안심연료단지 지역을 대상으로 구제급여 지급 1차 사업을 진행해 신청자 228명 중 89명의 환경오염 건강 피해를 인정했다.

실상 오염원과 피해의 인과관계 규명의 어려움으로 비특이성 질환 문제에 대해 정부가 소극적인 자세로 임해왔다고 지적되는 가운데 장점마을로 인해 전국 각지의 피해 주민들을 구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길 기대가 모아진다.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 인근에서 지난달 4일 촬영된 수달. /사진=뉴시스

한편, 지난달 장점마을의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지난달 4일 장점마을의 한 주민이 농수로로 활용되는 도랑에서 수달 4마리를 발견했는데 확인한 결과 천연기념물 33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이었다는 것이다. 

또 지난달 5일 개관한 장점마을 주민복지센터는 주민들과 소통을 통해 마을환경 개선부문 종합대책 사업의 일환으로 개관하였다. 치유와 회복을 위한 문화·복지·편익 증진의 중심축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익산시 관계자들과 주민들이 힘을 모아 환경친화마을로 재탄생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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