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보다 강한 온실효과 유발하는 메탄, 축산업에서 다량 배출
해초·마늘·감귤·보리 등 활용 사료 및 보충제 개발로 메탄가스 감소 노력
분뇨 메탄가스를 재생에너지로 전환 기술도 적용 중

유엔식량농업기구(United Nations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UNFAO)가 2006년 발간한 '축산업의 긴 그림자(livestock’s long shadow)'라는 보고서에서는 우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18%가 축산업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자동차와 비행기를 포함한 교통수단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13.5%)보다 많은 양으로, 축산업 내에서도 육류 관련해서 발생하는 양이 6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메탄의 경우 총 배출량의 37%를 축산업이 차지한다고 밝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축산업의 긴 그림자'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12년이 지난 후에도 그림자는 계속 드리우고 있다. /Glacier Farmmedia 갈무리
'축산업의 긴 그림자'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12년이 지난 후에도 그림자는 계속 드리우고 있다. /Glacier Farmmedia 갈무리

양으로 따지자면 온난화를 가장 크게 초래하는 가스는 이산화탄소지만, 메탄가스는 지난 100년간 이산화탄소보다 25배 이상 강한 온실효과를 유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가축의 트림과 방귀, 분뇨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데 최근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을 목표로 한 노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호주는 정부와 관련 기관, 투자 기업 등이 메탄가스 발생을 줄이는 해초 사료 스타트업에 본격적인 지원을 시작했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소(CSIRO)는 호주축산공사(Meat and Livestock Australia,MLA), 제임스쿡대학교(James Cook University)와 함께 해초 사료를 꾸준히 연구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2020년에 들어 '퓨쳐피드(FutureFeed)'社를 설립했다.

이들은 해초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바다고리풀(Asparagopsis)에 있는 브로모포름(bromoform, CHBr3)이 먹이를 되새김질하는 반추동물의 소화과정에서 메탄가스 발생을 막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환산하면 축산업자의 10%가 반추동물의 일일 사료 섭취량에 1% 정도의 바다고리풀만 추가하더라도 자동차 1억 대를 없애는 효과를 발휘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21주 동안 진행한 테스트 결과 소들의 해초 소화에 문제가 없었으며 육류의 맛과 품질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왼쪽)브로모포름의 화학구조와 (오른쪽)아스파라고프시스 메탄 감소 관찰 /future-feed 갈무리

이 같은 효과에 미국에 위치한 'CH4 Global'社는 퓨쳐피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펀딩을 유치하기도 했다. 2019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바다고리풀 보충제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농촌 대학 연구센터에서는 마늘과 감귤 추출물이 젖소의 메탄 배출량을 최대 38%가량 감소시킨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스코틀랜드 농장에 있는 400여 마리의 젖소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1일 기준 15g의 마늘·감귤 보충제를 첨가한 결과 트림이 줄었고 우유 생산량은 최대 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들은 메탄 배출량이 줄어드는 것과 더불어 마늘이 젖소를 괴롭히는 파리를 억제하는 효과를 일으켜 스트레스가 감소해서 우유생산량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한다. 또한, 보충제로 인한 우유의 맛이나 향의 변화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먹이와 사료를 이용한 연구와 적용은 여러 나라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벨기에 플랑드르 농수산식품연구소(ILVO)는 맥주를 만들고 남은 발효된 보리를 소에게 급여한 결과 메탄가스 배출이 약 13%가량 줄었다고 발표했는가 하면, 네덜란드의 건강영양제 전문 업체 디에스엠(DSM)는 3-NOP(Nitrooxypropanol)이라는 성분을 주원료로 한 첨가제를 브라질과 칠레에서 시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료 첨가제 'Bovaer'의 설명 /DSM 갈무리

디에스엠은 이번에 시판하는 첨가제가 호주에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소 한 마리당 1일 1/4티스푼 정도의 양만으로도 비육우 90%, 젖소 30%의 장내 메탄가스 저감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한다. 3-NOP은 이전 시험에서도 비육우의 장내 메탄가스 발생량을 55%가량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는가 하면, 소화능력과 우유 생산량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 분뇨로 인한 메탄가스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도 시도되고 있다. 독일 BMW社가 2019년부터 시작한 ‘저탄소 연료 표준 프로그램(Low Carbon Fuel Standards Program)’은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농장과 협력을 통해 소 분뇨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적용된 바이오다이제스터(biodigester) 기술은 모아진 분뇨의 메탄가스를 태워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로, 환경보호는 물론 생산된 전력이 농가의 부수적인 수익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BMW 그룹이 Straus Organic Dairy Farm의 생물 소화제 기술로 생산된 초저탄소 집약도 전기 연료로 전기 자동차에 전원을 공급하는 방법 /비즈니스와이어 동영상 캡처

한편, 우리나라의 메탄 배출량은 2018년 기준 2800만톤으로 국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8%다. 메탄 배출은 농축수산이 43.6%로 가장 많이 차지하며, 그 외 주요 배출은 폐기물(30.8%), 에너지(22.5%) 등 순이다. 지난달 우리 정부는 '글로벌 메탄서약(100개국 이상 서명)'에 가입하고, 2030년까지 국내 메탄 배출량을 2018년대비 30% 감축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포인트경제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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