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으로 감별하고 선호하는 것은 단맛
- 이유식 시기를 거치며 맛·향·질감을 경험이 중요
- 입맛 형성에는 주변 사람·노출 빈도·조건화가 영향을 준다는 견해도

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개그맨 김준현이 자신만의 독특한 육아법을 소개했다. 두 딸을 대상으로 이유식을 끝낸 뒤에 주기적으로 내장탕을 먹인다거나 아이들이 싫어하기 쉬운 오이나 당근에 자연스럽게 접근하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나름 음식을 폭넓게 인식하고 입맛을 확장시켜주고자 하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입맛은 과연 후천적인 것일까? 타고나는 것은 없을까?

맛은 기본적으로 단맛(sweet)·짠맛(salty)·신맛(sour)·쓴맛(bitter) 네 가지에 감칠맛(umami)이 포함되는데 단맛에 대한 감별력과 선호는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다. 대전대 식품영양학과 심재은 교수의 '까다로운 식습관과 식품수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따르면 신생아는 단맛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반면 신맛과 쓴맛은 거부, 짠맛에 대해서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감칠맛은 매개를 이용한 용액(물, 수프)에 따라 반응이 달라 선호도를 단정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혀의 미각 ⓒ포인트경제CG

논문에 따르면 아이들은 자라면서 맛 선호도가 바뀌는 과정을 거친다. 신생아에서 영아로 발달하는 과정에서 짠맛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며, 어린 시절의 단맛에 대한 선호는 신체 성장이 끝나는 사춘기 즈음에 성인 수준으로 감소한다는 것 등이 대표적인 현상이다.

심 교수는 논문에서 생후 6~10개월 사이에 다양한 질감의 식품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씹고 삼키는 기능적인 발달을 어느 정도 거친 생후 10개월까지도 형태를 가지고 있는 덩어리 음식을 섭취해 보지 못한 아이의 경우 이후 다양한 질감의 음식을 먹는데 문제를 나타냈다는 연구도 있음을 근거로 제시했다.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감각기가 발달하는 태아 때부터 어머니가 먹는 음식의 종류와 향기에 영향을 받는다면서도 태어난 이후의 음식에 대한 경험과 노출 빈도가 입맛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모유와 분유와 같이 단일한 맛의 음식을 지나 이유식을 하게 되면서 다양한 맛·향·질감을 접하게 해줘야 하는데 첫돌부터 3세 정도까지의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어린 시기에는 새로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만 3세 이후부터는 자기 고집과 음식에 대한 거부감 혹은 두려움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속해서 노출시켜서 익숙해지면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일 가능성은 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심리학 교수 폴 로진(Paul Rozin)은 '후천적인 미각은 인간이 좋아하지 않는 모든 미각'이라고 정의하며 입맛에 대한 후천적인 영향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서 단맛을 제외한 모든 맛에 대한 선호도는 태어난 이후에 형성되었다는 의미다.

식품심리학의 거장인 폴 로진 교수 /'34th Street' 갈무리

특히 입맛 형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주변 사람, 노출 빈도, 조건화라는 세 가지를 지목한다. 사람들의 후천적인 취향을 이끄는 가장 큰 요인으로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꼽는데 입맛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나 좋아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을 따르는 경향이 발현된다는 것인데 특히 청소년기에 많이 나타나며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견해다.

주변 사람의 영향이 계기에 가깝다면 노출 빈도는 실제화되는 것이라 보면 된다. 반복적으로 노출된다면 익숙해지고 좋아하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으로, 지역이나 국가 단위로 보이는 식문화의 차이와 추구하는 맛의 경향이 대표적인 방증이다.

조건화는 음식의 맛이 단순하지 않은 데서 오는 뇌의 착각이 작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라푸치노는 커피의 쓴맛도 있지만 크림과 설탕의 단맛도 따라오는데 우리 뇌는 이후에 블랙커피를 마시게 되더라도 프라푸치노와 비슷한 쾌락 반응을 나타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음식 내에서 맛이 어떻게 연관되어 작용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선호도도 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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