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족류는 5억 년 이상, 문어는 3억 년 이상의 화석 기록
우리나라에서도 폭넓게 서식하며 식문화와 밀접
색소포를 이용한 변장과 높은 지능이 특징
수온상승으로 남해안에 맹독의 파란고리문어가 종종 발견, 주의 필요

문어 /사진=픽사베이

문어는 지구상에서의 존재 시기가 공룡이나 포유류보다도 훨씬 앞선다. 최초의 두족류(頭足類)는 5억 1500만 년 전 중국의 캄브리아기에서 발견된 노틸로이드(nautiloid) 화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고, 일리노이주 석탄기 화석층에서 발견된 '폴세피아 마조넨시스(pohlsepia mazonensis)'는 현대의 문어와 유사한 모습으로 3억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문어는 전 세계에 널리 분포되어 있고 연안에서부터 심해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서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팔초어(八梢魚)·팔대어(八帶魚)·장어(章魚) 등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37개 고을의 토산물로 기록되어 있을 만큼 우리 식문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왔다.

일종의 생활지침서인 '규합총서(閨閤叢書)'와 조선시대 대표적인 의서인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문어의 효능에 관한 내용도 담고 있다. 규합총서에서는 구토와 설사, 체한 데 문어를 먹는 것이 좋다고 기록하고 있고 동의보감은 문어가 맛이 달고 독이 없다고 소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간의 해독을 돕는 타우린 성분이 풍부한 것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유익한 HDL 콜레스테롤이 많아 동맥경화·심장병·당뇨병·빈혈 등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어의 변장술은 유명하다. 피부에 있는 수백만 개의 '색소포(色素胞)'라는 주머니 모양의 세포에는 여러 가지 색의 색소가 들어있는데 주위의 시각 정보를 받은 뇌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몸 색깔을 변화시킨다. 색소포의 색의 전체 균형에 따라 몸 전체의 색과 모양을 바꿀 수 있다.

문어의 높은 지능에 관한 내용은 꾸준히 관찰 및 연구되고 있다. 호주 시드니대학의 피터 갓프리-스미스(Peter Godfrey-Smith) 교수를 포함한 연구진은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 저비스 만(New South Wales, Jervis Bay)에 있는 문어 집단 서식지를 촬영한 결과를 지난 8월 공개했다. 연구팀의 설명에 따르면 문어가 물체를 던지는 행동을 자주 보였는데 굴이나 조개껍데기, 진흙 등을 수관을 이용해서 상대를 향해 쏘듯이 던진다는 것이다.

야생 문어가 던지는 파편 /이미지=biorxiv 갈무리

이 같은 행동은 짝짓기를 거부한다거나 자기 과시 등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같은 개체끼리 던지는 행위와 피하는 행위를 한다는 것은 사회적 관계를 유추해 볼 수 있으며 남다른 지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지역에서 문어 지능에 관한 연구가 이전에도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 생물학자 스테파니 챈슬러(Stephanie Chancellor) 박사 연구팀은 2009년 이곳 문어들이 군집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당시까지는 문어가 홀로 지내는 외로운 동물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해당 연구에서는 16마리의 문어가 밤에는 먹이활동을 하고 낮에는 큰 조개껍질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모여사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런 모습은 이후 2017년 연구에서도 이어졌다. 이전 연구 발견지로부터 수 백m 떨어진 위치의 정교하게 만들어진 동굴 속에서 마찬가지로 15마리가 모여사는 것을 발견, 문어가 지능이 높은 사회적 동물임에 설득력을 높였다.

이 밖에 문어가 신체 및 정서적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문어가 좋아하는 공간과 싫어하는 공간을 구분해서 준비하고 좋아하는 공간에 들어갈 때마다 고통을 줬을 경우 좋아하지 않는 공간으로 향하는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고통에 대한 정서적인 요소가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한다.

이런 연구들을 배경으로 생각해 보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 부분을 수상한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My Octopus Teacher)'이 좀 더 남다르게 다가온다. 우울증과 불면증을 겪는 40대 남성이 남아프리카의 바닷가에서 만난 문어와 1년가량 교감을 나누는 내용의 이 영화에서 문어는 마치 인간과도 같은 모습을 보인다. 경계의 시간이 지나면서 다리를 뻗어 손을 감싸기도 하고 손에 올라오기도 하며 안기기까지 한다. 주인공은 이 과정에서 문어와 교감은 물론 위안을 얻었다고 말한다.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My Octopus Teacher)' /사진=divephotoguide 갈무리

한편,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우리나라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 파란고리문어가 종종 발견되고 있다. 아열대성 바다에서 서식하는 파란고리문어는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라는 신경독소를 가지고 있는데 독성이 청산가리의 10배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신체마비·구토·호흡곤란·심장마비 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1mg의 양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기 때문에 발견할 경우 절대 피해야 한다.

테트로도톡신 분자식
테트로도톡신 화학구조

오는 10월 8일은 '세계 문어의 날(World Octopus Day)'이다. 두족류 전문가 및 애호가들의 커뮤니티인 TONMO(The Octopus News Magazine Online)에서 제안한 날로 공신력이 있는 기념일은 아니지만 문어의 인기를 가늠해 볼 수는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포인트경제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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