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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인터뷰] '뉴락'의 장한나 작가, 수집하고 연구하고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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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인터뷰] '뉴락'의 장한나 작가, 수집하고 연구하고 소통한다
  • 유민정 기자
  • 승인 2021.09.14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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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엔트리갤러리 'New Rock Research' 전시
'스티로폼락, 스폰지락, 뉴모픽락'
"위기 경고나 교육 아니라 작가의 소통방식으로 생각거리 던지는 것"
관람자들과 친근하게 소통하는 작가
관심 주제 중 플라스틱과 석유산업 관계 소개...돌연변이, 진화라는 키워드 연결

1917년 프랑스 예술가 마르셀 뒤샹이 변기(작품명:샘, Fountain)라는 기성품을 '레디메이드(Ready-made)'라고 명명하며 현대미술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국내 미술작가가 있다. 자연의 돌과 구별이 힘들 만큼 변해버린 플라스틱을 전시하고 '뉴락(New Rock)'이라고 명명한 장한나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뉴 락 연구(New Rock Research)' 전시 마지막 날인 지난 11일, 그녀를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2시간 일찍 광화문 신문로빌딩의  엔트리갤러리에 도착했다. 여러 매체에서 소개된 바 있어서 그런지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도 전시장은 한가해 보이지 않았다. 

ⓒ케미컬뉴스
'New Rock Research' 전시관에서 사람들이 전시된 작업들을 관람하고 있다. ⓒ케미컬뉴스

그녀를 기다리는 동안 전시를 관람했다. 

여느 미술 설치 작업물들이 색감이나 구도, 형태, 질감 등으로 작가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처럼 그녀의 작업물들도 마찬가지로 아름답게 느껴지는 색감과 구도, 배치 등 작가로서의 면모가 보여졌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또다른 반전이 숨어있다. 

작업실을 옮겨 놓은 듯한 설치 작품에는 '석유와 플라스틱, 돌연변이, 에너지, 풍화작용, 지형' 등과 관련된 책들이 꽂혀있는 작은 책상을 중심으로 벽면에는 그녀가 수집한 '스티로폼락', '스폰지락', '뉴모픽락' 등이 생물실 표본처럼 가지런하고 정갈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New Rock Research' 전시 ⓒ케미컬뉴스

익숙한 돌멩이 형태의 '뉴락'은 실은 알고 보면 더 익숙한 우리가 쓰던 플라스틱이었고, 이러한 사실이 생경하도록 보는 사람을 놀라게 만든다. 또한 이번 전시는 그동안 해왔던 뉴락 프로젝트 전시보다 특별히 장 작가가 지금까지 관심 있었던 주제 중 플라스틱과 석유산업과의 관계에 대한 자료수집을 통해 정리하고 있는 부분을 소개했다.

'New Rock Research' 전시 ⓒ케미컬뉴스
'New Rock Research' 전시 ⓒ케미컬뉴스

하얀 전시관 한쪽 벽면에는 작가가 직접 손글씨로 쓰고 그린 '뉴락'의 기원과 현실이 펼쳐져 있다.

석유의 유기 기원설부터 세계 석유 생산량, 산업과 역사적인 의미, 원유 정제 과정에서 플라스틱을 만드는 원료 '나프타'의 설명, 플라스틱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화학물질의 종류까지 상세하고 꼼꼼하게 전시 벽면에 손글씨와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손글씨는 인쇄된 활자보다 친근하게 관람자를 집중하게 만들었다. 이날 관람자의 대부분은 전시물 앞에서 한참을 들여다보며 서 있었다.

'교통수단 연료의 수요에 따라 움직여왔던 석유 시장이 이제 대체 에너지 개발과 함께 그 지위는 약화되고 있지만, 부산물이 아니라 플라스틱 생산용 석유를 시추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글을 보며 벽면에 꽂혀있는 뉴락들을 보고 느낀 생경함보다 더 이상하고 갑갑한 느낌을 받게 했다. 

약속한 시간이 되자 환한 미소로 그녀가 인사를 건네며 다가와 기자보다 먼저 전시를 본 감상평을 물었다. '피가 낭자하지 않는데도 조용하게 무서운 영화를 본 느낌'이라고 대답했다.

아름다우면서 끔찍함(?)마저 드는 울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그녀는 5년 전부터 '뉴락'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뚜렷한 명분을 찾지 못해 작가를 지속할 마음이 사실 없었다. 학부 졸업 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주변의 식물 관련 작업을 진행하면서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작업을 위해 들렸던 지역의 바닷가에서 우연히 돌로 보이지만 분명 플라스틱인 덩어리들을 발견하게 되면서 이상한 느낌을 받게 됐다"

전시된 뉴락 (섬유 제품에서 나온 지퍼가 붙어있는 뉴락, 단열재 등 스폰지가 변한 뉴락, 스티로폼락, 밧줄과 플라스틱 병 등이 변해버린 뉴락 /장한나 작가의 'New Rock Research' 전시. ⓒ케미컬뉴스

"한강이나 바닷가에서 뉴락을 수집하는데 한강은 청소를 자주 하는 편이라 뉴락을 찾기 쉽지 않은데 반면, 바다는 쓰레기가 많아 발견이 더 수월하다"

그녀는 속한 소속 단체 없이 독립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플라스틱에 대해 논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석유산업과 석유화학산업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도 했다. 

"변화가 필요하지만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나 교육을 목적으로 한 작업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작가로서 제일 잘할 수 있는 표현 방법으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실과 발견을 흥미롭고 담담하게 보여주고 싶다" 

'New Rock Research' 전시에서 장한나 작가의 그림과 설명 ⓒ케미컬뉴스

소통과 연구, 그리고 메시지

그녀가 인용한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는 의미는 인간이 획일화시키는 모든 것을 자연이 다양성으로 변화시킴을 의미한다.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플라스틱. 순수를 혐오하는 자연이 이 모두를 자연으로 받아들여 결합하고 다양성 속에서 새로운 진화를 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 마이크로플라스틱카나페 전시(일회용품 사용 관련)에 참여했을 때 석유 제조 분야 자료 담당이어서 뉴스도 챙겨보고 환경 관련 자료도 알아보았다"

"이제 석유 산업계 자문도 구할 수 있게 되었고, 암석 지질학 전문가와도 만나 의견을 나누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환경 운동가라고 내 입으로 말한 적은 없다. 위기에 대한 단순한 경고나 수업처럼 느껴지는 게 아니라 흥미롭게 시선을 잡아줄 수 있는 나만의 표현과 소통 방식으로 생각이 연결되도록 계속 무언가를 던지는 것이 '뉴락' 프로젝트다. 사람들이 고민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변화를 시도해볼 테니까"

그녀는 미술 작가지만 과학도 같아보이기도 한다. 여행을 워낙 좋아해서 뉴락 수집에 대한 어려운 점은 없다고도 했다. 이러한 작업들을 위해서 비용 충당은 어떻게 할까. '혹시 부유한가?'라는 기자의 돌발 질문에 그녀는 쾌활하게 웃으며 "10년 전에 집에서 독립하고 학교 강의를 나가면서 생계와 작업 비용을 충당한다"고 말했다. 작업물이 아직 팔린 적은 없지만, 누가 산다면 팔 수 있다고 재치있게 말했다.

전시된 뉴락을 손에 들고 관람자에게 설명해주고 있는 장한나 작가 ⓒ케미컬뉴스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어떻게 생각하나?

"처음에는 뉴락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점점 쓰레기와 환경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지면서 함께 뉴락도 관심을 받고,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것 같다"

특이한 점은 여느 전시와 다르게 관람자들은 적극적이다. 작가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관람자에게 장 작가는 꼼꼼하게 하나하나 질문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언젠가 만났던 사람처럼 일상을 공유하듯이 그렇게 뉴락이 존재하고, 어디서부터 왔으며, 무얼 의미하는지 보여준다. 

관람자에게 설치물을 설명하고 있는 장한나 작가(왼쪽), 관람자의 '플로깅' 쓰레기 봉투(오른쪽) ⓒ케미컬뉴스

인터뷰 중에도 관람자 중에 '와이퍼스(WIPERTH,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등의 활동을 하는 환경단체)'의 그룹원이라는 중학생 아이와 여성 분이 장 작가에게 질문을 시도했다. 이들은 손에 들고 있던 내용물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꽉찬 비닐 안에는 이미 이날 주운 쓰레기가 가득했다. 

장 작가는 "환경에 원래 관심있었던 분들 외에도 평소에 잘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뉴락을 보고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분들을 만나면 참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장한나 작가가 전시장 내부에 작업실과 같은 설치 작업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강이나 바닷가에서 제일 많이 발견된 뉴락들 '스티로폼락', '스폰지락', '뉴모피락' ⓒ케미컬뉴스
장한나 작가가 전시장 내부에 작업실과 같은 설치 작업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강이나 바닷가에서 제일 많이 발견된 뉴락들 '스티로폼락', '스폰지락', '뉴모픽락' ⓒ케미컬뉴스

과거와 현재 꿈에 대하여 물어봤는데 그녀는 간단하게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대부분 행복을 바라며 살아간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건강한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플라스틱이 지구를 뒤덮으며 과학자들이 말하는 인류세의 상징이 된 현실에서 우리가 계속 이러한 고찰과 변화의 시도가 필요한 이유다.

한편, 장한나 작가는 14일부터 국제타이포그래피비엔탈레 '거북이와 두루미'에 참여한다. 전시는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리며, 전시 기간은 10월 17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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