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명화를 만져서 감상했던 '프라도를 만지다'
특수잉크와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한 특별 전시회
우리나라도 '촉각 명화전', '그림 없는 전시회', '미술관 가는 길' 등 꾸준히 개최
시각장애인이 촉각 지각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것은 사실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프라도 미술관(Prado National Museum)은 왕실에서 수집한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미술관과 함께 세계 3대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지난 2015년 '프라도를 만지다(Touching the Prado)'라는 전시회가 처음 진행됐다.

'프라도를 만지다'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시회로 눈으로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그림을 만지면서 느낄 수 있도록 특별히 기획한 것이다. 3D 프린팅 전문 업체 에스투디오스 두레로(Estudios Durero)사의 기술을 활용해서 그림에 미세하게 높낮이와 굴곡을 적용하고 특수잉크로 제작해서 손끝으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오디오와 점자 패널을 통해 그림에 대한 설명과 이해를 돕도록 설치한 것은 물론이다.

그림은 만지면서 이해하고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의 크기를 가지고 있고 예술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작품들을 선정했다. 시각장애인의 입장을 감안하기 위해 함께 작업을 했으며(예를 들어, 눈은 볼록하지 않고 오목하게), 화학적 혼합물로 색상을 유지하며 질감과 볼륨을 부여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림을 손으로 감상하고 있는 시각 장애인(왼쪽)과 세계적인 명화들(오른쪽) /Museo del Prado 갈무리

이런 식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프란시스코 코야의 '파라솔',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불카누스 대장간' 등 세계적인 명화 6점을 선정하고 전시했다. 일반인들도 눈을 감고 그림을 새롭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은 물론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컸던 전시회다.

우리나라에서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개최하는 '촉각 명화전', '그림 없는 전시회', '미술관 가는 길' 등이 있다. 2016년부터 시작된 행사로 때때로 명칭은 다르지만 시각장애인을 비롯 관람객들이 촉각과 상상력으로 작품을 감상을 하게 해주는 행사다. 취지에 맞게 항상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전시로 진행된다.

우리는 막연히 장애가 있을 경우 다른 기능이 더 발달한다고 알고 있다. 사실 틀린 생각은 아니다. 2010년 '신경과학저널(Journal of Neuroscience)'의 논문에 따르면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인인 사람은 정상 시력을 가진 사람보다 촉각 정보를 더 빨리 감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교의 다니엘 골드라이히(Daniel Goldreich)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시력을 가지고 있는 89명과 시력 감퇴 정도가 다양한 57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검지 끝에 부딪히는 탐침의 움직임을 식별하는 실험에서 선천적으로 시각장애인이었던 22명이 가장 민감하고 뛰어난 반응을 보였다는 결과를 얻었다. 다만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시력이 없는 것에 적응한 뇌의 가소성 때문인지 평생 점자를 연습해온 것에 대한 결과인지는 결론 내리지 않았다.

2012년 한국신경인지재활치료학회지에 실린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촉각 지각 능력 비교'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시각 장애인 협회에 등록된 70대 시각장애인 9명, 70대 비장애인 7명, 20대 비장애인 9명 총 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3가지 촉각 지각 능력(이점분별감각, 비분별성 촉각, 질감 분별)에서 종합적으로 시각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촉각 지각 능력이 높았다.

예술이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것과 그림을 감상하는 법이 다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아울러 패럴림픽이 한창 진행되는 지금 장애와 이해, 극복에 관한 화두가 조금 더 올라오길 바란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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