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 농담에 SK그룹 회장의 답변 화제
'연잎효과'에서 착안한 '발수리드'기술을 떠먹는 요구르트 뚜껑에 적용
발수성·초발수성으로 내용물이 묻지 않고 흐르는 원리
유리창·자동차·화장실 인테리어 등 다양한 영역 활용
"네 그렇습니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NS 답변이 화제다. 미국 출장 중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만찬 사진을 올리며 '디씨의 만찬은 끝남과 동시에 배고프다.'라고 적은 게시물에 팔로워로 보이는 사람이 댓글로 질문을 달았고 그에 대한 대답이었다.
게시물 질문 댓글은 '회장님 무례한 질문이지만 혹시 회장님도 요플레 뚜껑 핥아 드시나요?'로 이는 부유층 생활에 대한 궁금증을 표현하는 오랜 우스갯소리다. 사실 확인을 원한다기보다는 재미를 위한 농담 같은 질문이다 보니 진지한 대답이 나온 적이 없던 와중에 최태원 회장의 대댓글이 나와 화제가 된 것이다.
지금이라도 답을 확인하게 되어 다행(?)이지만 사실 질문의 적합성은 떨어져가는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요즘 떠먹는 요구르트는 뚜껑에 내용물이 묻지 않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연잎이 물에 젖지 않고 물방울이 흘러내리는 '연잎 효과(lotus effect)'에서 착안한 '발수리드(撥水lid)' 기술이 이미 2012년부터(서울우유 기준) 떠먹는 요구르트 뚜껑에 적용되어 왔다. '발수(撥水)'는 물을 흘러내리게 하는 의미고 lid는 뚜껑을 뜻한다.
연잎을 자세히 보면 표면에 미세한 돌기들이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돌기와 돌기 사이에 형성된 공기층이 물방울을 밀어내는 효과를 낸다. 결국 물방울과 표면과의 접촉면이 줄고 접촉각이 커지게 되어 물방울이 흘러내리게 되는 것이다. 이때 표면의 먼지도 함께 제거되는 것은 덤이다.
고체는 물과의 친화성에 따라 친수성, 소수성으로 나뉘고 소수성 중에 연잎과 같이 물을 흡수하지 않고 흐르게 하는 성질을 발수성으로 구분한다. 보통 물방울이 표면과 90˚이상의 기울기를 가질 경우 발수성, 공 모양에 가까운 150˚이상의 기울기를 가질 경우는 초발수성으로 분류된다.
발수리드 기술도 여기서 착안, 떠먹는 요구르트의 뚜껑 안쪽 표면에 촘촘한 돌기를 넣어 내용물이 묻지 않고 흐르게 만든 것이다.
물론 발수리드 기술이 요구르트 뚜껑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비가 올 때 먼지가 같이 씻겨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발수코팅은 유리창이나 자동차에 매우 유용하고, 미끄러운 화장실 바닥이나 위생관리가 필요한 변기에도 적용할 수 있는가 하면 디스플레이 표면 코팅 등 매우 다양하게 활용된다. 자연에서 배운 또 하나의 유익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참, 모든 떠먹는 요구르트 제품에 적용된 기술은 아니니 여전히 뚜껑에 묻는 제품은 남아있다. 농담에 대한 진지한 대답을 보고 잠깐 진지해져 봤을 뿐이다.
포인트경제 이민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