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나 우울증이 가짜 식욕의 주요 원인 중 하나
'감정적 허기'가 '감정적 과식'으로 연결되기도
수면 부족, 탄산음료와 가공식품의 과당, 탈수 등도 가짜 식욕의 원인

우리가 느끼는 배고픔이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다. 소화할 것 혹은 에너지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배고픔을 느끼는 '가짜 식욕'은 꽤 다양한 이유로 발현된다. 우리는 왜 속는 것일까?

스트레스나 우울증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스트레스는 코르티솔의 분비를 늘리는데 코르티솔은 식욕 억제 호르몬 렙틴(leptin)의 분비량을 줄인다. 충분히 식사를 하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렙틴의 신호를 받아들이지 못해 착각을 할 수 있다.

렙틴 경로에 초점을 맞춘 배고픔과 식욕의 정상적인 경로를 보여주는 순서도 / '비만에서의 염증의 역할(
INFLAMMATION'S ROLE IN OBESITY)' 갈무리

우울한 기분일 때 느끼는 가짜 식욕은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기 위한 몸의 자구책으로 볼 수도 있다.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낮아진 상태에서 이를 회복하기 위해 당을 채우려고 하는 활동과 맛있는 음식이나 좋은 기억이 있는 음식을 통해 기분 전환을 하려는 현상이 맞물려 식욕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아이오와대학교의 미나티 싱(Minati Singh) 교수는 '기분, 음식, 비만(Mood, food, and obesity)'이라는 연구에서 음식 섭취를 통한 보상과 만족을 설명한다. 사람은 기분을 조절하기 위해 다양한 행동을 하며 그중 중요한 한 가지가 음식을 먹는 행위라는 것이다. 결국 음식과 기분, 스트레스 사이의 밀접한 상호작용이 있으며, 불안과 우울증 같은 기분 상태는 음식 선택과 에너지 대사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흔히 가짜 식욕을 '감정적 허기'라고 일컫는 것과도 닿아있다. 청소년이나 임산부에게서 나타나기 쉬운 증상 중에 하나로 감정적 허기가 '감정적 과식'으로 이어질 경우 비만으로 연결되곤 한다.

잠이 부족할 경우 식욕을 느낄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연구팀은 수면으로 적당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비만과 관련된 호르몬의 변화가 유발된다고 밝혔다. 6시간 미만의 수면은 식욕을 자극하는 그렐린을 증가시키는 한편 인슐린 민감성과 렙틴 분비를 감소시켜 식욕을 높인다는 설명한다.

렙틴과 그렐린 (포만 호르몬인 렙틴과  배고픔 호르몬인 그렐린. 그렐린 수치가 높으면 배고픔을 느끼고, 식후 그렐린 수치가 내려가서 포만감을 느낀다.) / News Medical 갈무리

우리가 쉽게 마시는 탄산음료 때문에 속을 수도 있다. 미국 의학 협회 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발표된 예일대 의대 연구에 따르면 뇌는 포도당과 과당을 다르게 처리하는데 과당의 경우 과식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공명 영상을 통해 확인한 결과 포도당을 섭취했을 경우 식욕을 조절하는 뇌 영역에서 뇌 혈류 활동이 감소했지만 과당은 그렇지 않았다. 포도당의 경우 만족감과 포만감을 증가시켰지만 과당은 그렇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과당이 높게 함유된 탄산음료나 가공식품을 즐겨 섭취할 경우 포만감에 대한 감각이 무뎌져 과식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수 십 년간 과당 소비가 늘었던 만큼 비만율도 증가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목이 마른 탈수 증상을 겪을 때도 우리는 가짜 식욕을 느낄 수 있다. 갈증을 느끼는 상태가 지속될 경우 뇌가 어느 정도 적응을 하게 되고 물이 부족한 것을 허기로 착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식사나 간식 사이에 배고픔을 느낀다면 물을 한잔 마셔보는 것이 식욕에 대한 분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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