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은 나이·스트레스·의약품 복용 여부 등에 따라 차이가 발생
오전/오후, 신체활동 유무, 여성들의 생리 여부도 관련
보건위생과 냉난방 기술의 발전으로 평균체온은 낮아지고 있다는 견해도

체온계 /사진=픽사베이

코로나19가 만든 풍경 중에 하나가 실내에 들어설 때마다 체온을 측정하는 모습이다. 이전에는 잴 일이 별로 없던 체온이기에 어색한 일이지만 사실 체온은 오랫동안 건강의 중요 지표로 작용해 왔다.

체온과 관련해서 수 세기를 이어온 37℃ '정상체온'론을 거쳐 지금은 신체 부위별로 체온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감안하고 확인한다. 그리고 인체의 정교한 체온 조절 시스템을 통해 '심부체온(신체 내부 장기 온도, Core temperature)'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과 신진대사에 중요하다고 보는 것도 달라진 체온에 대한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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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은 신체의 내부 중심(빨간색)에서 가장 높고, 열이 천천히 발산된다. /건강 운동 관련 프로그램 crossfit 갈무리

체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것은 나이. 어린이의 대사율은 어른보다 높기 때문에 음식을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속도 역시 빠르다. 그래서 평균적으로 성인보다 체온이 조금 더 높다. 반면에 65세 이상 노년층의 경우는 평균 체온이 낮은데, 이는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취약한 노인에 대한 체온 모니터링의 기준이 달라야 하고 발열에 대한 기준도 낮아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아기나 어린이의 경우 평균 체온 범위가 36.6℃~37.2℃, 성인의 경우 36.1℃~37.2℃를 보이며, 65세 이상의 노인의 경우 37℃ 보다 낮은 체온을 보인다. 물론 정상체온은 사람마다 미묘하게 다르며 평균체온과 0.6℃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귀나 입, 겨드랑이 등의 온도 값이 다르기 때문에 본인의 평소 체온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특정 부위에서 일정하게 측정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도 체온과 관련이 있다. 코르티솔(cortisol)과 아드레날린(adrenaline)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은 체온 증가를 일으키는데 일종의 위협에 대한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심인성 발열(psychogenic fever)이라고도 하며 여성, 어린이 및 청소년에게서 흔하게 나타난다. 보통 두 가지 방식으로 발현되는데 외상이나 급격한 감정 변화로 인한 급성발열로 최대 40℃의 고열에 이르는 현상을 보이거나 37~38℃의 지속적인 미열 상태를 보이는 경우로 나뉜다.

심인성 발열 환자의 연령 분포 /리서치게이트  '심인성 발열 환자의 연령 분포 및 성별 차이' 갈무리

의약품과 흡연은 체온을 높인다. 다양한 항생제, 혈압약, 항경련제 같은 의약품은 체온을 상승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배 역시 체온을 급상승시키며 엑스터시(MDMA)나 코카인과 같은 향정신성의약품도 체온을 상승시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 중에 새벽에 가장 체온이 낮고, 오후 6시경에 체온이 가장 높은데 편차는 약 0.5℃ 정도다. 여기에 운동 여부와 신체활동이 동반되는 직업에 따라 체온이 올라가며, 여성들은 생리를 전후로 해서 저온기·고온기를 겪게 된다.

한편, 사람의 평균 체온이 낮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20년 1월 국제 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게재된 스탠퍼드 의대 연구팀은 논문을 위해 1862~1930년 남북전쟁 참전용사의 체온 기록, 1971~1975년 국민영양건강조사 기록, 2007~2017년 스탠퍼드대 환자의 기록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1800년대 초에 태어난 백인 남성들이 2000년대 태어난 백인 남성들의 체온보다 0.59℃ 높았는데 10년당 0.03℃씩 줄어드는 과정을 거친 셈이다. 백인 여성의 체온도 1890년대에 비해 0.32℃가량 낮아졌는데 10년당 0.029℃씩 낮아진 것으로 남성과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아울러 흑인 역시 전반적으로 평균 체온이 내려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생 연도별로 세 집단(흑인 및 백인 민족 그룹)의 시간 경과에 따른 모델링된 체온. (백인과 흑인 남성과 여성의 체온은 출생 연도에 따라 감소한다. 1800년부터 1890년까지의 출생 연도에 대한 여성 데이터는 사용할 수 없었다. /eLift '산업혁명 이후 미국의 체온 감소' 갈무리

이런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건위생 수준이 높아진 것과 냉난방 기술의 발전으로 주거환경이 개선된 것을 원인으로 제시한다. 보건위생이 개선 됨에 따라 여러 감염병과 만성 염증이 줄어들었고 그로 인해 면역체계의 부담과 활동이 적어지게 되어 체온도 내려간다는 것이다. 여기에 주변 온도에 대응하기 위한 안정대사율(resting metabolic rate)도 냉난방 기술의 발전으로 낮아져 평균적인 체온 하락에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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