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다윈을 비롯 식물에 대한 음악의 효과는 오래된 연구 영역
음악 장르별 식물의 반응·음악을 통한 식물의 생육 촉진 등이 주요 관심사
식물이 화학 언어로 정보를 전달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도

지난해 6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전통 있는 오페라 하우스 '리세우 대극장(Gran Teatre del Liceu)'에서 독특한 콘서트가 열렸다. 2292석의 좌석을 채운 건 사람이 아닌 화분으로 야자수, 산세비에리아, 몬스테라, 개운죽 등이 울창하게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전통 있는 오페라 하우스 '리세우 대극장(Gran Teatre del Liceu)'에서 열린 콘서트 /Colossa 갈무리

그리고 등장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현악 4중주 연주자들이 오페라 작곡가 푸치니의 '국화'를 연주했다. 이 곡은 지인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애가(哀歌)로 코로나19로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는 의미로 연주되었다. 공연은 온라인 생중계되었고 공연 이후에는 관객이 되어준 화분들을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전달했다.

식물과 교감하는 것에 대한 연구는 오랫동안 이어져오고 있다. 진화론자 찰스 다윈은 미모사에게 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나팔을 불어 어떻게 반응하는지 실험을 한 바 있다. 결과는 실패. 이후 의미 있는 결과를 얻지 못하다가 1973년 미국 여성과학자 도로시 리톨렉(Dorothy Retallack)이 자신의 저서 'The Sound of Music and Plants'를 통해 흥미로운 내용을 발표한다.

호박을 이용한 실험에서 세 그룹으로 나눠 각각 고전음악, 컨트리음악, 록 음악을 들려준 것이다. 진행한 실험을 통해 고전음악을 들려준 호박 덩굴은 스피커를 향하고 감싸며 잎의 상태가 좋았고, 컨트리음악을 들려준 덩굴은 별다른 특징이 없었으며, 록 음악을 들려준 덩굴은 스피커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자라고 잎의 상태도 좋지 않았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대해 재밌는 실험이었지만 실험 조건이 완전히 과학적이지 않았고 실험자의 편견과 취향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린음악농법(green音樂農法)'이라고 해서 농촌진흥청의 이완주 박사가 주도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그린음악농법이란 경쾌한 음악에 물소리·새소리·가축의 울음소리를 접목해서 작물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개념으로, 연구팀에 따르면 그린음악을 통해 생육 속도가 44%나 증가했다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이에 1994년 발명특허를 획득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도 여러 농가에서 적용되고 있다.

(왼쪽) 지은이 이완주의 '식물은 지금도 듣고 있다' (오른쪽) ‘그린음악농법’ 연구 본격 추진-부산광역시농업기술센터 /알라딘, 농촌진흥청 갈무리

이 밖에도 인도 오스마니아 대학은 30송이의 장미에게 60일 동안 다양한 음악을 노출시켜 결과를 비교하기도 했고,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은 달맞이꽃을 대상으로 인위적인 자연의 소리를 들려줌으로써 달맞이꽃의 당도가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미국의 TV 과학쇼 'Mythbusters'에서는 완두콩을 심은 온실에 헤비메탈과 클래식 음악을 틀어 한 달 뒤에 비교하는 내용을 방송하기도 했다.

음악과 식물의 생장의 관련성에 대해서 명확한 판정이 난 것은 아니다. 유효성을 주장하는 쪽은 음악에서 나오는 음파가 식물의 세포막을 흔들어 세포의 운동성을 증가시키고 광합성 작용과 영양분의 흡수를 촉진한다는 견해를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반대편의 경우 아직 식물에 대한 음악의 영향에 관한 결정적인 과학적 증거는 없으며, 여전히 빛·물·토양 등 다른 구성요소들의 엄격한 통제와 다양한 테스트가 필요한 수준이라는 의견이다. 지속적인 연구와 결과가 필요하고 기대되는 지점이다.

한편, 식물의 화학 언어(chemical word)도 흥미롭다. 화학 언어란 식물이 동물이나 곤충이 자기에게 해를 가할 경우 화학물질 메틸자스모네이트(MeJA)를 통해 다른 식물에게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메틸자스모네이트 화학식

2019년 12월 인간식물환경학회에 발표된 논문 「식물조직을 짓이기는 인간 행동에 대한 식물 반응 규명(Identification of plant response to the human behavior of crushing plants)」에 따르면 어린 식물을 20분간 짓이기고, 짓이긴 사람의 입김을 동료 식물이 있는 체임버(임의의 별도 공간)에 넣은 결과 화학 언어가 증가했다고 한다. 약 23%가 증가하는 유의미한 변화를 보였는데 이는 식물도 해를 끼친 사람을 파악하고 반응한다는 해석을 가능케한다.

이처럼 막연하기만 했던 식물과의 교감과 반응에 관한 연구가 진행될수록 더 많은 이야기를 줄 것이라 기대해 본다.

포인트경제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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