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에 대한 투명하고 포괄적 자료가 부족
"자료가 없는 것인 피해가 없다는 것과 같은 말 아냐"
"산업계가 폴리머 조사해 정보 공유할 10년에 한 번 있는 기회 가로채"
EU, "초기 단계이며 최종 결과는 아직 논의하지 않아"

19명의 과학자가 유럽의 화학물질 규정 'REACH'에 따른 폴리머 등록과 관련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과학자들은 안전점검하는 물질이 적고, 플라스틱의 위해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속 사용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폴리머 분자의 그림 도식 /SPT Paul Top ham

폴리머(고분자, 중합체, Polymer)는 분자량이 낮은 단위체인 모노머(Monomer)가 결합하여 거대하고 높은 분자량을 갖는 물질이다. 플라스틱의 주요 구성요소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현대인의 일상에서 노출되고 있다.

육상과 해양 생태계에 지속 축적되고 연간 약 3억 t의 폴리머가 생산되고 있으며,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성명에 따르면 유럽의 플라스틱 생산량은 연간 약 6천만 t이다. 폴리머는 유럽에서 매우 많은 양으로 제조되고 사용되지만 그 정체성, 용도, 물리적 화학적 성질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과학자들은 폴리머가 지금까지 유럽화학물질 규정인 'REACH'에 따라 등록에서 면제되었기 때문에 위험한 특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규제의 일환으로 논의되고 있는 제안에 따르면 약 20만 개의 폴리머 중 약 6%만이 광범위한 안전 점검을 받게 된다.

지난 21일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유럽환경국은 쥐의 폐염증과 관련이 있는 폴리스타일렌, 폐수 처리와 접착제·식품 포장에 사용되는 폴리아크릴아미드, 섬유에 사용되는 신경독소 폴리에스테르, 미세플라스틱의 공급원 폴리우레핀 등이 예외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제안이 초기 단계이며 최종 결과는 아직 논의하지 않았고, 이용 가능한 규정 초안도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또 19명의 과학자가 서명한 성명서를 보았고, 제기된 우려를 최대한 반영할 것이라고도 했다. 

REACH에 따른 폴리머 등록에 관한 성명
REACH에 따른 폴리머 등록에 관한 성명 중 일부 /유럽환경국(EEB)

이 성명에 참여한 스웨덴 고텔부르크 대학의 생태독성학 교수 Bethanie Carney Almroth는 "EU의 이러한 과정의 주목표는 사람과 환경을 높은 수준으로 보호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우리의 주요 관심사는 데이터와 투명성 부족에 관한 것이며, 독성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수천 개의 중합체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가 없다"고 말했다.

플라스틱의 사용이 만연해 있고, 중합체라는 용어는 플라스틱을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수많은 응용 분야에서 사용되는 더 많은 종류의 제품을 포함한다. 노출에 대한 질문은 중요하며 무시할 수 없다는 것. 일부 중합체 등이 호르몬 파괴와 발암성으로 인간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이러한 영향이 환경의 유기체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이터가 있다고도 했다.

스위스 연방수생과학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 Ksenia Groh는 "특정 중합체의 위험에 대한 자료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지금까지 모든 폴리머의 안전성에 대한 포괄적이고 투명한 자료 수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료가 없는 것이 피해가 없다는 것과 같은 말이 아니며, 이러한 자료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정부와 소비자, 과학자가 아니라 생산자 자신"이라고 말했다.

길가에 불법적으로 버려진 이스탄불의 알리베이코이 댐 근처 플라스틱 쓰레기 /영국 가디언지 갈무리
길가에 불법적으로 버려진 이스탄불의 알리베이코이 댐 근처 플라스틱 쓰레기 /영국 가디언지 갈무리

유럽환경국 화학정책 책임자 Dolores Romano는 "산업계가 중합체를 조사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10년에 한 번 있는 기회를 가로채고 있다"며 "향후 10년 동안 증가하는 문제에 눈을 감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폴리머 오염은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하다. 부피가 큰 플라스틱 쓰레기 덩어리로 생각하곤 하지만 실상 땅과 물, 공기를 오염시키고 우리 몸에 나타나는 미세, 나노 플라스틱으로 분해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한편, 우리 정부는 2018년 10월 국내 한 민간단체의 필리핀 불법수출 플라스틱 쓰레기 국내 반송 사건을 계기로 강화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억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 마트에서 일회용 비닐봉투와 쇼핑백 사용을 금지한 바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은 더 만연해진 상황이다.

2020년 국민환경의식조사에 따르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플라스틱 재활용이 용이한 제품 고안'과 생산단계에서 플라스틱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높았다.

포인트경제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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