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시대부터 재배되었고 무등산 수박은 임금님에게 진상되기도
껍질과 과육 색깔·씨앗 유무와 개수·크기 등 다양한 변신 시도 중
윤기와 줄무늬·맑은 소리·진동으로 좋은 수박 고르기

수박/사진=픽사베이

1611년 허균이 만든 '도문대작(屠門大嚼)'에 따르면 수박은 고려 시대 때부터 우리나라에서 재배되었다. 고려를 배신하고 몽고에 귀화한 무장인 홍다구(洪茶丘)가 처음으로 개성에 수박을 심었다는 설명이다. 이후 임진왜란 때 피난민들이 무등산 일대에서 '푸랭이'이라는 이름으로 재배하였고, 선조 때부터 임금님 진상품으로 오르기도 했다.

대표적인 여름 과일이 된 것은 아무래도 수박이 91% 이상 수분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땀을 많이 흘리는 계절에 수분 보충과 갈증해소에 최적화되어있어 일찍이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열사병 치료를 위해 수박을 처방했다는 기록도 있다. 

수분이 많다고 해서 영양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2015년 미 국립보건원에 게시된 샌디에이고 주립대 영양과학연구에 따르면 수박을 먹인 쥐에서 유의미한 항산화 기능을 발휘했다. 피부 건강에 좋은 라이코펜(lycopene)이 토마토의 1.5배 이상 들어있는가 하면 비타민A의 한 형태인 베타카로틴(beta-carotene)의 함유량도 상당히 높다. 이뇨작용을 촉진하는 시트룰린(citrulline)도 많이 들어있어 나트륨 섭취와 칼륨 함량을 돕고 노폐물 배출을 원활하게 해준다. 이는 고혈압을 예방하고 신장 기능을 돕는 효과로 이어진다.

라이코펜과 베타카로틴 화학구조 /이미지=frontiersin
라이코펜과 베타카로틴 화학구조

이 같은 장점 때문인지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2020 식품소비행태조사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사과에 이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과일 2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3년을 시작으로 매년 실시 중인 이 조사에서 2013~2015년에는 1위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2016년부터는 계속 2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0 식품소비행태조사 통계보고서 /출처=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근에는 전통적인 수박 외에도 다양한 수박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수박 줄무늬가 없고 껍질 전체가 검은색을 띠는 흑피수박은 겨울에 재배해서 4~5월에 출하를 한다. 씨가 없고 평균적으로 일반 수박보다 당도가 높기 때문에 인기가 크게 오르고 있다. 과육이 노란 종류도 있어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

장타원형의 모양이 베개를 닮아 이름 붙여진 베개 수박은 일반 수박보다 보관이 용이하며 부드럽고 당도가 높다. 흑피수박과 마찬가지로 과육이 노란 품종도 있다. 3~5㎏의 중형과 수박으로 1~2인이 먹기 편하다.

1인 가구의 선호도가 높은 애플수박은 2㎏ 이하의 소형 수박이다. 일반 수박보다 수확기간이 길고 수확량이 많으며 씨가 작고 껍질이 얇아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이 적다는 여러 장점이 있다. 아기자기한 크기로 하우스 공중에 매달려 자라고 음료나 빙수의 장식용 그릇으로도 쓰일 만큼 개성 있는 수박이다.

(좌측상단부터) 흑피수박, 베개수박, 중간 모본 수박인 '원예510호', 애플수박 /사진=농사로

이 밖에도 품종으로 이용하거나 판매되지는 않지만 개량을 거쳐 교배용을 사용되는 중간모본 연구도 활발하다. 씨의 크기를 줄인 '소소원', 씨의 수가 적은 '시작은꿀'·'원씨로', 라이코펜 함량이 높은 '원예509호', 시트룰린 함량이 높은 '원예510호'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품종들은 새로운 품종 개발에 활용될 예정이다.

좋은 수박을 고를 때는 윤기가 있는 껍질과 선명한 줄무늬를 확인하고 살짝 두드렸을 때 '통통'하는 맑은 소리가 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한 손에 수박을 올려놓고 다른 손으로 수박의 중심을 두드려 받쳐져있는 손까지 진동이 잘 느껴지면 잘 익은 수박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한때 수박의 T자 모양 꼭지 유무로 신선도를 따지곤 했으나 이는 잘못된 상식으로 2015년 '수박 꼭지 절단 유통 활성화 방안'이 시행되며 3cm 내의 짧은 꼭지로 유통되고 있다. 수박은 꼭지부터 수분이 마르기 때문에 꼭지가 마르지 않은 수박을 고르는 정도로 참고하면 된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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