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부족으로 인한 건강과 경제적 손실은 천문학적
침구류·스마트 기기·수면관련 서비스 등 숙면 기술(sleep tech) 산업의 성장
수면장애는 우울증·치매와도 밀접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41분으로 OECD 국가 평균 8시간 22분에 비해 많이 모자라다. 우리보다도 덜 자는 것으로 조사된 일본은 국민들의 수면 부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약 15조 엔으로 추산되어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하고 있다.

 'OECD 국가 일 평균 수면시간' 그래프 /Kotra 해외시장뉴스(2019.09)

미국국립안전위원회(National Safety Council)에 따르면 미국의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10% 이상이 노동자의 피로에 의한 것이며, 1000 명의 직원을 둔 일반적인 고용주는 피로로 인해 연간 1백만 달러 이상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예상한다. 부족한 잠으로 인한 피로는 인지 기능뿐만 아니라 균형, 조정, 운동 능력에 모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5년 약 51만 명 수준에서 2019년 약 64만 명으로 점진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불면증 환자들도 문제다. 같은 기간 연간 총 진료비용만도 약 641억 원에서 약 1053억 원으로 약 1.6배가 증가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급격히 떠오르는 것이 숙면 기술(슬립 테크, sleep tech)과 관련된 산업이다.

우선 주목되는 것이 수면의 질과 가장 밀접한 침구류 시장의 성장이다. 미국의 경우 침구류 시장이 2018년 130억 달러(약 14조 6천억 원)를 돌파한 이래 2025년까지 185억 달러(약 20조 8천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고, 중국의 경우 2019년 베개 관련 산업 규모만 1412억 위안(약 24조 8천억 원)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침구류의 기본적인 기능인 보온을 넘어 숙면을 위한 다양한 기능성과 디자인 등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하는 여러 상품들의 등장이 반영된 결과다. 개개인의 목의 굴곡에 따라 압력을 분산해 주는 메모리폼 베개라든지 온열과 안마 기능이 있는 베개, 숙면에 좋은 적당한 압력을 가해주는 중력이불 등이 대표적인 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전통적인 침구류의 기능은 아니지만 이불과 매트리스 등에 삽입한 장치를 통해 심박수, 호흡, 체온 변화, 수면 중의 움직임 등을 감지해서 수면 추적을 하는 기술은 일반화되고 있다. 일본 스타트업 뉴로스페이스의 'Early Sense', 중국 침구류 업체 시린먼(喜临门)의 스마트 매트리스 등은 수면 추적을 통해 얻은 데이터로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한다든지 조명·냉난방·음악·매트리스 자동 조절 기능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숙면을 도와주는 스마트 기기도 다양해지고 있다. 미국 내셔널 풋볼리그(NFL)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 손목밴드는 심박수, 근육긴장, 수면 측정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능이 있어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에 활용되는데 일반 소비자들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기기 중에 하나다. 집중력 향상뿐만 아니라 수면 유도에도 기능을 발휘하는 백색소음기는 기기뿐만이 앱으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백색소음기 관련 앱들 /구글플레이

안대형 마스크는 단순히 어둠을 조성하는 수준에서 벗어나고 있다. 미국 기업 사나 헬스(sana health)는 시청각 자극을 활용해서 뇌의 이완을 유도, 수면 무호흡 치료와 신경 질환을 예방한다고 홍보한다. 자연광과 유사한 광선을 통해 멜라토닌 분비를 조절해서 수면을 유도하는 스마트 안경도 최근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이 밖에도 숙면을 위해 시간대에 따라 자동적으로 전구의 색상을 바꿔주는 조명, 수면에 도움을 주는 성분을 포함한 보조 식품, 수면에 좋은 아로마를 활용한 오일·향초·가습기의 매출도 늘고 있다.

더 드림박스 /archiproducts

프랑스 기업 사일런스 비즈니스 솔루션(Silence Business Solution)의 낮잠방 '더 드림 박스', 중국 기업 우쉬커지(五睡科技)가 개발한 소형 공유수면실은 숙면 기술을 활용한 대표적인 서비스다. 우리나라도 극장에서 제공하는 '시에스타' 서비스나, 낮잠 카페 역시 같은 맥락으로 숙면 산업(sleeponomics)의 확장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Five Sleep Technology
중국의 사무용 휴식 및 공공휴식 서비스 솔루션 /사진=Five Sleep Technology

이렇듯 수면건강은 현대인에게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해졌다. 수면 관련 전문가들은 수면장애가 여러 가지 피로증상을 넘어 우울증과 치매 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하고 공간과 습관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8시간 이상의 수면, 수면을 위한 침실 분위기 조성, 잠들기 전 조명관리와 스마트폰 사용 자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기본적인 준비와 함께 자신에게 맞는 숙면 기술을 더한다면 보다 건강한 삶에 도움이 될 것이다.

포인트경제 심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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