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26일은 호주에서 벌어진 백인의 만행을 반성하는 '사과의 날'
사과와 용서는 스트레스와 심혈관 건강에도 밀접한 관계
올바른 사과를 통해 보다 발전된 관계 형성 가능

호주에서는 1998년부터 매년 5월 26일을 사과의 날(National Sorry Day)로 지정해서 기념하고 있다. 1997년 5월 26일 발표된 보고서 'Bringing Them Home(집으로 데려오기)'을 계기로 지정된 것으로, 보고서는 원주민의 아이들을 부모들과 떼어내는 잔혹한 정책에 관한 내용이다. 2년여의 조사를 거쳐 백인들의 인종차별을 바탕으로 한 대표적인 원주민 탄압을 고발, 그 반향이 기념일 지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2002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 '토끼 울타리(Rabbit-Proof Fence)'로 개봉되기도 했다. 이후 2008년 당시 수상 캐빈 러드(Kevin Rudd)의 사과 연설, CTG(Close the Gap) 운동 등 다양한 사과와 후속 조치 등을 진행하고 있다.

호주 여성커뮤니티 저널-New Idea 갈무리
Sorry Day /호주 여성커뮤니티 저널-New Idea 갈무리

개인의 입장에서도 자신이 틀렸거나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와 자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며 신뢰의 기본이 된다. 특히 사과는 늦지 않는 것과 함께 진심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 흥미롭게도 사과 그리고 용서는 건강과도 관련 깊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의 연구팀은 '분노 회복에 대한 사과와 적대감의 영향'이라는 연구를 진행했다. 스트레스의 유해함은 이견이 없지만 회복률에 관한 요인은 그다지 알려진 바가 없는 관계로 분노를 줄이는데 사과가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설계된 실험이었다. 184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네 가지 조건을 설정하고 혈압과 심박수의 변화 등을 추적, '진정한 사과를 받았을 때 대상자의 혈압 회복 속도는 빠르지만, 성의 없는 사과 소위 가짜 사과를 받거나 사과를 받지 못했을 경우 혈압 회복 속도는 느렸다'라는 결과를 얻었다. 

매사추세츠대 메디컬센터의 연구에서는 용서와 사과의 심혈관 반응성과 회복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한 바 있다. 29명의 남성과 50명의 여성이 참여한 이 실험에서 언어적인 괴롭힘을 실행하고 사과를 받은 사람과 받지 못한 사람의 혈압과 심박수 등을 확인한 것이다. 결과는 사과를 받고 용서를 한 사람의 혈압과 심박수 회복이 더욱 안정적이라는 것으로 이어졌다.

'용서와 사과가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한 심혈관 반응성 및 회복에 미치는 영향' /출처=semanticscholar 

비단 측정된 수치 외 효과도 있다. 사과를 받았을 때 공감과 관련된 뇌 영역이 활성화된 /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 이것은 아마 우리도 몇 번쯤 느껴봤을 긍정적인 감정이다. '구두 사과를 받은 고객들이 금전적인 보상을 받는 고객에 비해 두 배나 더 자주 용서한다'라는 연구결과(The power of apology, Economics Letters Vol. 107)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영국의 언론인 겸 소설가 체스터턴(Gilbert Keith Chesterton)은 자신의 저서 '커먼 맨(The Common Man)'에서 "딱딱한 사과는 두 번째 모욕이다. 상처받은 사람은 보상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치유받기를 원한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명확하고 직접적이고 진실하게 하는 사과는 치유와 관계의 발전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인트경제 심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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