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맥길대·MIT 연구진국제공동연구팀
에너지재료분야 국제학술지 Advanced Energy Materials 5월 6일 게재
"고가의 배터리 양극 소재, 값싼 무질서 암염소재로 대체할 수 있는 길 열려"

(좌) 무질서-암염 양극재의 결정 구조(원자 배열의 규칙적인 모양)와 (우) 합성된 망간 기반의 무질서-암염 양극재 입자 사진 /연구그림=UNIST 제공

코발트나 니켈 같은 고가의 희귀금속이 다량 포함된 양극재는 전기차 배터리(리튬이온배터리) 셀 가격의 2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값이 싸고 매장량이 풍부한 망간이나 철 등이 많이 포함된 '무질서-암염' 소재가 새로운 양극재로 주목받고 있다. 

'무질서-암염(Disordered rock-salt)'은 리튬이온전지 양극재의 일종으로 양극물질의 구조 내에 양이온이 랜덤(무질서)하게 배열되어 있는 소재다. 소금(암염)의 원자 배열 구조와 비슷해 무질서 암염 양극재라 불리고 있다.

그러나 무질서 암염 양극재의 짧은 수명은 상용화의 걸림돌이었고, 고용량 성능을 끌어내기 위해서 일반 양극재보다 리튬 함량을 높게 설계해야만 했지만 소재 내 리튬 함량이 높으면 불안정한 산소가 전극 밖으로 잘 새어나가 전지 수명이 주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리튬 과잉 조성 원리가 특정 무질서 암염 소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국내외 공동연구진이 최초로 밝혀냈다. 

10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서동화 교수 국제공동연구팀은 리튬 과잉 조성이 전극 성능은 높이지만 동시에 저지의 수명을 줄인다는 원칙을 뒤집는 물질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특정 무질서 암염 양극재의 경우, 리튬 과잉조성의 유무와 상관없이 높은 충방전 용량(>250 mAh/g)을 보일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망간(Mn), 바나듐(V), 몰리브데늄(Mo) 등의 특정 금속 기반 무질서 암염소재는 리튬 함량을 줄여도 고용량 전극의 성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고, 수명은 기존보다 2배 이상 좋아졌다. 연구팀은 리튬의 함유량이 다른 두 종류의 망간 기반 무질서 암염 소재를 이용한 실험과 밀도범함수 이론 기반의 양자역학 모델링 기법을 통해 기존 이론에 배치되는 이와같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만들어진 망간 기반 무질서-암염 양극재의 충·방전 특성. 양극재 내 리튬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양극재1과 리튬 비율이 높은 양극재2를 비교했을 때 비용량(단위 그램당 용량) 차이는 거의 없고, 충·방전을 반복(그래프 선이 1회 사이클)했을 때 용량이 주는 수명 문제는 리튬이 적은 양극재1이 훨씬 우수하다. /연구그림=UNIST 제공

니켈, 코발트와 같은 전이금속 기반 무질서-암염의 경우, 리튬 과잉 조성이 이들의 작동전압을 적당한 범위로 조절해 주어 성능 향상에 기여하는 반면 망간, 바나디윰, 몰리데늄은 리튬 과잉조성이 작동 전압 조절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캐나다 맥길 대학교 재료공학부 이진혁 교수와 미국의 MIT 쥐 리 교수가 함께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에너지재료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터리얼즈에 논문명 'Determining the criticality of Li-excess for disordered-rocksalt Li-ion battery cathodes'로 5월 6일자로 게재됐다.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터리얼즈에 공개된 연구 '무질서 암염 리튬 이온 배터리 음극에 대한 리튬 과잉의 중요도 결정' /와일리 온라인 도서관 갈무리

이진혁 교수는 "고가의 배터리 양극 소재를 값싼 무질서 암염소재로 대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서동화 교수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 증가로 값싸고 용량이 큰 배터리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무질서 암염 소재가 상용화된다면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저렴하고 성능 좋은 리튬이온전지를 만들어 값싼 전기차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포인트경제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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