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균 가설',서양인들이 매운맛을 힘들어하는 현상
음식이 상하기 쉬운 기온 높고 습한 지역...세균 억제 위해 향신료 발달
평균 기온 높은 나라, 고추·마늘·양파·생강·강황 등 향신료 사용 많아

기후가 만든 이유 있는 매운맛 /사진=픽사베이 ⓒ포인트경제CG

최근 몇 년간 유튜브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콘텐츠 중에 '매운맛 챌린지'가 있다.

매운 과자를 먹고 5분을 버틴 다든지, 매운 음식을 끝까지 다 먹는 모습 등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불닭볶음면을 도전(?)하는 외국인들의 영상이 큰 인기를 얻기도 했는데, 한국 음식 특유의 매운맛과 약한 모습을 보이는 서양인들의 반응이 화제가 됐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애리조나 대학교의 진화생물학자 폴 셔먼(Paul Sherman) 교수는 '항균 가설(Antimicrobial hypothesis)'을 통해 서양인들이 매운맛을 힘들어하는 현상을 설명한 바 있다.

세계 36개국의 육류 요리에 43가지 향신료 사용빈도와 총 4578 가지의 요리법을 분석하고, 각 나라의 기온과 강수량 등을 고려한 연구로 각 나라의 요리법(향신료의 사용)은 그 나라의 기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인도와 동남아 일대와 같이 연평균 기온이 높고 습한 지역은 세균이 빠르게 번식하기 때문에 음식이 상하기가 쉽다. 그래서 맵고 자극적인 향신료들을 넣는 음식문화가 발달했는데, 향신료들이 세균의 세포벽이나 단백질을 망가뜨리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향신료가 사용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음식의 입맛을 돋우기 위해서지만 궁극적인 이유는 음식물의 병원균을 없애주고, 그 맛을 즐기는 사람들의 건강과 장수, 생식 성공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 평균 기온이 높은 나라일수록 향신료의 사용이 늘었는데 고추, 마늘, 양파, 생강, 강황 등과 같은 향신료가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연간 기온에 따른 요리법 당 억제된 세균의 비율 비교 / 출처='Protectinf Ourselves from Food' JSTOR ⓒ포인트경제CG
평균 연간 기온에 따른 요리법 당 억제된 세균의 비율 비교 / 출처='Protecting Ourselves from Food(음식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것)' JSTOR ⓒ포인트경제CG

이와 반대로 상대적으로 평균 기온이 낮고 건조한 유럽 지역은 음식이 상할 염려가 적다 보니 향신료의 사용빈도가 적었다. 특히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과 같은 북유럽 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더욱 도드라졌는데 이 지역 사람들이 특히 맵고 자극적인 향신료 음식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란 추측을 가능케 한다.

우리나라 역시 연평균 기온 변화와 강수량 등을 보면 향신료의 발달이 필연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추와 마늘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 음식과 더불어 문득 '한국인의 마늘 조금'이라는 넷상의 흔한 밈(meme)이 왠지 수긍이 간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국인에게 마늘조금이란.jpg' /아웃도어·여행채널 ONT의 '감탄식객'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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