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에서 우주까지 모험하는데 필수적인 금속
비교적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기능성으로 인정

화성 탐사용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 NASA 갈무리

2021년 2월 19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다섯 번째 화성 탐사용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호가 예제로 크레이터(Jezero Crater)에 안착했다. 앞으로 2년여 기간 동안 약 25km를 이동하면서 다양한 탐사를 이어갈 예정으로, 암석에 구멍을 뚫어 약 30g 정도의 시료를 채취하여 최대 39개의 티타늄 튜브에 샘플로 저장할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중국의 유인 잠수정 ‘펀더우저(奋斗者)’호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 갈무리

2020년 11월 10일 중국의 유인 잠수정 ‘펀더우저(奋斗者)’호가 서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에서 수심 10909m까지 잠수하며 중국 심해 유인 잠수정의 최저 수심 기록을 경신했다. 심해 만 미터는 1000기압(atm)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극한의 설계와 제조기술을 적용하고 티타늄 합금을 사용했다.

티타늄을 사용한 구겐하임 미술관 /사진=픽사베이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미술관 하나로 지역 활성화를 이끈 도시재생 사업의 대표 사례로 '빌바오 효과'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 미술관의 외관에는 두께 0.3mm의 티타늄 패널 3만 3000여 장, 총 60톤 상당이 사용됐다. 이 패널 디자인은 날씨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는 형태와 색상으로 큰 인상을 준다.

18세기 영국 아마추어 광물학자 윌리엄 그레고르(William Gregor) 목사가 계곡에서 발견한 '자석에 당겨지는 검은 모래'가 티타늄의 시작이다. 발견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은 산화물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확인한 수준이었지만 1910년 미국 GE(General Electric) 사의 직원 헌터(M.A. Hunter)가 처음으로 추출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마그네슘 환원법(크롤법)이 고안되면서,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대량 사용되어 왔다.

티타늄은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여 산화막을 형성하기 때문에 내식성이 강하고, 다른 금속들에 비해 무게 대비 강도가 높은 특징이 있다. 생체 친화성이 높고 니켈과 혼합하면 형상기억합금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 같은 특성으로 앞선 사례처럼 우주항공산업의 필수 소재로, 인공장기·인공뼈·임플란트 등과 같은 의학적 용도에서도 가장 중요한 소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10월에 예정된 첫 민간인 우주여행에 포함된 헤일리 아르세노(29)는 이런 점에서 상징적이다. 과거 수술을 통해 왼쪽 무릎 아래 뼈를 티타늄으로 대체하는 수술을 받았고, 우주여행에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 밖에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기능성으로 인정받는 자전거, 안경테, 시계, 음향기기 등은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많다. 가벼운 무게로 인한 장점과 착용감, 높은 강도로 불필요한 공진을 억제해서 선명한 음향을 전달해 주는 특징들이 인기의 비결이다.

최근 애플은 티타늄과 티타늄 합금에 대한 표면 마감 처리 기술을 미국 특허청에 등록했다. 얇은 코팅 기술을 통해 빛을 반사시켜 티타늄 소재 기기에 지문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이 주요 내용으로 향후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의 제품에 티타늄 케이스가 사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과연 티타늄의 발전과 적용은 어디까지 갈지 지켜볼 일이다.

포인트경제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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