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커피 소비량만큼 높아지는 커피 찌꺼기 재활용의 중요성
재활용 제품화, 퇴비화, 연료화 등 다양한 시도
가정 내 탈취제와 청소용으로 활용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약 353잔이다. 20세 이상 인구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을 커피잔으로 환산한 것으로 세계 1인당 커피 소비량 132잔에 비해 2.7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원두의 10%를 마시고 90%는 커피 찌꺼기가 되는 소비패턴은 비효율뿐만 아니라 환경문제로도 영향이 작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만 한해 약 15만 톤이 발생한다는 커피 찌꺼기, 현명한 처리가 필요하다.

인천시는 지난해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부터 커피 재자원화를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사업에 신청한 카페는 무료로 커피 찌꺼기 수거 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처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에코 카페 스티커'를 발부받아 손님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기를 기대한다. 모아진 커피 찌꺼기는 자활센터로 옮겨져 볼펜, 화분, 선글라스 등 다양한 제품으로 탈바꿈되고 새롭게 판매된다. 이 과정에서 환경보호와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다.

인천시 커피박 재자원화 프로젝트 /이미지=인천시

민간 기업들의 커피 찌꺼기 활용도 활발해지고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2015년부터 커피 찌꺼기를 퇴비화하여 기부하고 있으며, 캐주얼 브랜드 TBJ는 커피 찌꺼기에서 원사를 뽑아 만든 의류 시리즈를 출시하기도 했다. 사회적 기업 포이엔(4en)같은 경우는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한 캠핑용 숯을 선보인 바 있으며, 자동차 내장재 개발과 전기 발전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커피 재활용업체라고 자부하는 영국 업체 바이오빈(bio-bean)은 런던에서 배출되는 커피 찌꺼기의 25%가량을 담당한다. 수거된 커피 찌꺼기를 활용해서 바이오디젤과 에탄올, 펠렛, 바이오 플라스틱 등을 비롯 가정용 숯(Coffee Logs)을 제작 판매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 2010년 BBC1의 과학 프로그램팀이 '커피(찌꺼기)로 움직이는 차 카푸치노(Carpuccino)'를 선보인 적도 있다. 원두커피 1kg로 3마일을 주행하는데 대략 에스프레소 56잔 정도의 분량이다. 이런 시도들이 가능한 것은 커피 연료가 나무껍질보다 2배 이상의 열량을 낼 수 있는 재생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커피 로그와 펠렛 /bio-bean 갈무리

국립농업과학원에서는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농업기술도 제시한다.  친환경 유기 재배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높아지지만 배추, 상추 등의 채소류에 피해를 주는 달팽이나 해충을 막기 위한 방제책은 충분치가 않다. 이와 중에 커피 찌꺼기가 가지고 있는 폴리페놀 성분은 달팽이의 몸을 녹이며 해충의 접근을 막는 효과를 내기에 매우 유용하다. 커피에 있는 카페인(caffeine)과 디테르펜(diterpene)이 곤충에 대해 독성을 발휘하는 것 역시 이런 효과를 뒷받침한다.

커피찌꺼기로 덮은 폭(너비)에 따른 상추 민달팽이 피해경감 효과(농가포장) /이미지=농사로

커피 찌꺼기에 포함된 질소, 인산, 칼슘, 마그네슘 등은 식물에 좋은 영양분으로 제공된다. 농업 단위가 아니더라도 정원 비료로 활용하거나 퇴비화에 사용하기 매우 적절하다. 특히 2014년 환경경영저널에 실린 고려대학교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커피 찌꺼기가 물이나 토양을 오염시키는 중금속을 흡수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일반 가정에서 커피 찌꺼기를 냄새 탈취제로 사용하는 것은 꽤 일반화되어있다. 신발이나 서랍, 카시트 등에 커피 찌꺼기 주머니를 위치시키거나 싱크대 옆에 두고 마늘이나 양파 등을 손질한 뒤에 손을 문질러 냄새를 없애는데 주효하다. 마모가 되기 쉬워 닦기 까다로운 표면의 이물질을 제거하거나 연마제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부엌에서 싱크대·냄비·팬·각종 주방용품을 청소하는데 탁월하다.

커피 찌꺼기의 재활용 /이미지=인디언스팟 갈무리

포인트경제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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