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벤, 방부제로서 매우 효과적·저자극성, 생산 비용 적어 널리 사용
파라벤, 호르몬 모방 물질로 잘 알려진 내분비 교란 화학물질
일반 식료품목 대부분 파라벤 포함...정기적 파라벤 노출
2018년, 파라벤 함유 제품 사용이 암 위험 증거 없다고 결론
CDC, 인체 높은 파라벤 수치가 건강에 해로운 강력한 징후 없다고 보고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파라벤 등 통합위해성평가 결과 발표

파라벤의 화학구조 ⓒ포인트경제CG

한동안 파라벤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이슈로 '파라벤 프리' 제품들이 나왔다.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방부제인 파라벤만큼 안전한 것은 없다는 의견도 팽배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파라벤은 어떤 물질이며 안전한 것인가?

방부제 성분인 파라벤은 천연 파라벤과 합성 파라벤이 있다. 신선한 과일에도 소량 함유된 천연 파라벤의 경우는 부식을 어느 정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합성 파라벤의 경우는 식품과 화장품, 케어 제품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면서 우리의 인체에 지속해서 노출되고 있다. 

파라벤은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뛰어나 화장품과 식품, 의약품 등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보존제로 메틸파라벤, 에틸파라벤, 프로필파라벤, 부틸파라벤 등이 잘 알려져 있다.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파라벤은 매우 효과적이고 저자극성이며, 생산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 널리 사용된다. 광범위하게 모든 종류의 화장품에 사용되어 세균이나 진균에 노출되는 변화를 막고 사람들의 피부 트러블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식품에서는 어떨까. 위싱턴 DC 하워드 대학의 피부과 의사 체사나 킨드레드 박사는 "식료품점에서 발견되는 일반 품목의 90%가 파라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혈류의 농도가 더해진다"라며 "대부분의 사람이 파라벤을 정기적으로 접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파라벤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파라벤은 호르몬 모방 화학물질로도 잘 알려진 내분비 교란 화학물질로 여겨지며, 신체가 파라벤을 호르몬처럼 취급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데, 2018년 JNCI 암스팩트럼 저널에 발표된 '화장품과 암 위험에 대한 과학적 검토'에 따르면 파라벤 함유 제품을 사용해서 암 위험이 증가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파라벤은 내분비계를 교란하는 화학물질이며 이는 파라벤이 유방암을 유발할 수 있음을 의미하지만, 쥐에서 보이는 내분비 장애는 인간이 일반적으로 접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파라벤을 투여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인간 임상 실험에서 파라벤과 암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인체에 파라벤 수치가 높은 경우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강력한 징후가 없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파라벤 함유 제품 사용의 잠재적인 누적 효과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일부 개인은 다른 사람보다 파라벤에 더 민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건강 문제를 피하는 방법은 과도하지 않게 적당히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2020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파라벤 등 통합위해성평가 결과 발표

14종 화학물질의 노출평가 결과 요약표에서 '파라벤' 부분 발췌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내에서는 지난해 4월 식약처가 파라벤류 등 화학물질 총 14종에 대해 통합 위해성 평가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체내 총 노출량은 위해 우려가 없는 수준인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파라벤 4종의 체내 총 노출량은 1.7~23.3 ㎍/kg bw/day(체중 당 일일노출량) 수준으로 조사되었으며, 이것은 인체노출안전기준인 10mg/kg bw/day(메틸 및 에틸파라벤 기준) 대비 0.12~0.23%로 안전한 수준이라고 했다.

또 식약처는 우리 몸 안에 들어온 파라벤은 축적되지 않고 빠르게 배설되며, 파라벤류에 대하여 사용기준을 정하여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는 식품, 화장품, 생활화학제품, 의약품, 의약외품, 위생용품 등을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동물에게는 생식발생독성과 내분비계교란 등의 위험성이 있다고 알려진 14종의 물질 모두 체내 노출량이 위해우려가 없는 수준으로 확인했으나, 물질별로 노출원인과 경로가 다양하기 때문에 노출원을 최대한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라벤류가 보존제로 사용되는 제품들 /식품의약품안전처

그러나 자꾸 의심이 생기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이미 안전하다고 믿고 가족의 건강을 위해 부지런하게 사용했던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였고, 아직도 그로 인해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영양학 전문의 로랑 슈발리에의 '우리는 어떻게 화학물질에 중독되는가'에서는 가공식품과 화장품, 약품에 첨가된 파라벤이 에스트로겐 행세를 하며 내분비를 교란하는 정도는 에스트라디올보다 수천 배 낮지만 되도록 파라벤이 함유된 화장품은 피하고 파라벤이 첨가된 식품의 섭취도 줄이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약도 마찬가지로 성분표시와 설명서를 보고 파라벤 함유 여부를 확인해 충분히 피할 수 있다.

그저 마냥 의심이나 화학물질 공포를 가질 것이 아니라,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는 사람들과 아이들에게서 노출이 덜 되도록 하는 노력이 지속해서 필요하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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