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백종범 교수 연구팀
염화수소 도핑(doping)시 뛰어난 전기전도성도 보여
국제학술지 'Advanced Materials' 1월20일자 게재

(왼쪽부터) 노혁준 연구원과 자비드 마흐무드 박사 /연구진사진=UNIST 제공
(왼쪽부터) 백종범 교수, 노혁준 연구원, 자비드 마흐무드 박사 /연구진사진=UNIST 제공

국내 연구팀이 전하이동도가 높은 고성능 2차원 유기반도체 소재를 개발해 화제다.

둥글게 말리는 디스플레이나 웨어러블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전자재료인 '유기반도체'는 낮은 전하이동도 때문에 사용이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물질로 주목받은 그래핀이 2005년에 발견된 이후로 새로운 2차원 구조를 찾고 합성해 반도체 소자로 응용하는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2차원 구조는 얇고 잘 휘면서 단단한 특성을 가지고 있고 두께에 따른 전자적 특성이 조절되어 유기반도체 소자로서의 응용이 이상적이라고 한다.

전하이동도(mobility)는 전자 및 정동이 얼마나 잘 이동하는지를 나타내는 정도를 말하는데 국내 연구팀이 최근 전하 이동도를 지금까지 보고된 최고 수치로 끌어올렸다고 한다. 

[연구그림] C5N의 구조 및 반도체 소자 응용에 대한 모식도
C5N의 구조 및 반도체 소자 응용에 대한 모식도  /연구그림=UNIST 제공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백종범 교수 연구팀은  방향족 고리화 반응을 통해 ‘C5N(씨파이브엔) 2차원 유기 고분자 구조체’를 합성하는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 유기 고분자 구조체를 얇은 필름 형태로 만들어 반도체 트랜지스터 소자(FET)에 사용했을 때 전하이동도가 수십 배 이상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이 구조체에 염화수소(HCI)를 도핑하면 전기전도도 또한 크게 높아져 전도성 물질로도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 

[연구그림] 개발된 물질의 필름형태 합성 사진
개발된 물질의 필름형태 합성 사진 /연구그림=UNIST 제공

HAB와 PTK 두 종류의 화학물질을 반응시켜 C5N 구조체를 얻었는데, 이 구조체는 탄소(C)로만 6각 고리를 이루는 그래핀과 달리 2차원 구조에 균일한 기공과 질소원자(N)가 첨가되어 우수한 전하이동도를 갖는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전하이동도가 낮은 소재로 반도체 소자를 만들게 되면 전기적 신호 전달이 더뎌지고 디스플레이 등에서 색상 변환 지연 등의 문제가 나타나는데, 연구팀이 얻은 전하이동도는 전자 996㎠V⁻¹s⁻, 정공 501 ㎠V⁻¹s⁻로 지금까지 보고된 유기반도체 전하이동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연구그림] C5N 소자 성능 평가 및 전기전도도 측정 결과
C5N 소자 성능 평가 및 전기전도도 측정 결과-a, 소자에 쓰인 플레이크(flake) 이미지. b, 두께에 따른 소자 성능 평가. c, 전도도 측정을 위한 실험 모식도. d, 온도에 따른 전도도 값 결과 /연구그림=UNIST 제공

또 개발된 2차원 물질의 고리 구조는 '방향족 고리화 반응'을 통해 얻어진 구조여서 매우 안정적이며, 600℃의 고온도 잘 견뎌낸다. 자비드 마흐무드 박사(제1저자)는 "구조의 모든 부분이 고리모양으로 이루어져 있어 기존 2차원 유기 구조체보다 화학적, 열적 안정성을 높였고, 각종 고온 조건에서도 사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구조체는 기존 전도성 고분자인 사슬형 폴리아닐린보다 우수한 전기전도도를 갖으며, 염화수소를 도핑해 전도성이 140배 이상 향상된 다용도 전도성 고분자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수십 년간 유기 반도체는 유연하고 가벼우며, 낮은 공정비용과 물성 조절의 용이성 등의 장점으로 무기물 실리콘 반도체를 대체할 소재로 활발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지만, 연구팀은 대부분의 유기반도체는 기대치에 못 미치는 전하이동도 때문에 무기반도체 소재를 대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이번 연구로 2차원 고분자를 유기반도체 재료 사용의 고질적 문제인 낮은 전하이동도를 극복했다"며 "앞으로 유기반도체 소자개발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트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1월20일자로 게재됐으며,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리더연구자지원사업과 BK21 플러스사업, 우수과학연구센터(SRC), UNIST의 U_K Brand 육성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새로운 2차원 구조체를 직접 구현해 소자로 응용하여 가장 빠른 전하이동도를 가짐을 보여준 이번 연구는 앞으로 유기반도체 연구에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포인트경제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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