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원자로 폭발 재해로 인한 방사능 이후 새로운 연구
체르노빌 지역 밀, 보리 등 농작물... 스트론튬 90·세슘 137 발견

1986년 4월 26일 폭발 후 체르노빌 원자로 /라이브사이언스지 갈무리

1986년도 4월 26일 이른 아침에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면서 세계 역사상 최악의 원자력 재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정부 조사와 수년간의 과학적 연구에도 불구하고 이 체르노빌 사고에 대해 아직도 많은 질문이 있다. 그중에 특히 대규모 방사능 누출이 피폭자들에게 미치는 장기적인 건강영향에 관한 것이 많다.

라이브사이언스지가 인용한 2020년 말 국제 환경 저널에 실린 이 새로운 연구에서 체르노빌 지역에서 재배된 밀과 호밀, 귀리, 보리 등에 안전한 소비 한도를 초과하는 두 개의 방사성 동위 원소인 스트론튬 90과 세슘 137이 포함되어 있음이 발견됐다. 

체리노빌 사고로 오염된 우크라이나 지역의 현재 방사선 상황: Part 2. 스트론튬-90 이반키브 지역 토양에서 요리 곡물과 삼림 숲으로 이동 /환경저널 갈무리

방사성 동위원소는 질량이 증가해 과도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원소다. 

액스터 대학 그린피스 연구소의 환경과학자 데이비드 산틸로는 성명을 통해 2013년도에 정부가 방사능 물질 감시를 중단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우리의 발견은 공식적인 일상적 모니터링의 부족으로 인해 악화되어 계속되고 있는 오염과 인간 노출을 지적한다"라고 밝혔다. 

밀봉된 세슘 -137 방사성 소스

산틸로와 그의 동료들은 우크라이나 농업 방사선 연구소의 연구원들과 협력해 2011년~2019년 사이에 우크라이나 이반키브 지역에서 채취한 116개의 곡물 표본을 분석했다. 이곳은 원전 남쪽 약 31마일(50km) 떨어진 곳에 있었다. 

주기율표에서 '스트론튬' /왕립화학학회 주기율표

이 지역은 체르노빌의 "배제 구역(exclusion zone)" 바깥으로, 1986년에 대피한 발전소 주변 반경 30마일(48km)에 위치해 있고 비어있다. 그들은 주로 스트론튬 90인 방사성 동위원소가 표본의 48%에서 안전 수준을 상회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또한 2015년과 2019년 사이에 같은 지역에서 채취한 목재 표본이 장작의 안전제한치보다 90도 높은 스트론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상 오염과 곡물(G1-G13, 갈색 타원) 및 목재(W1-W12, 녹색 직사각형)의 표본 위치를 보여주는 이반키브 지역 지도 표시된 영역 중 어느 것도 강제(무조건) 재정착 지역(1111kBq/m2 이상)에 속하지 않으며, 주거용 및 상업용 생산이 금지된다. 단, 구 동쪽의 대부분은 보장(자발적) 재정착 지역(90Sr 범위 5.5~111kBq2 이내)에 속한다. 일부 조건(우크라이나 최고회의, 1991a, 우크라이나 최고회의, 1991b)으로 농산물 거주 및 생산이 허용된다. /'체리노빌 사고로 오염된 우크라이나 지역의 현재 방사선 상황' 연구논문

연구원들은 특히 나무에서 방사능이 오래 남아 있는 것이 재난 발생 후 거의 35년이 지난 후에도 농작물이 계속 오염되는 이유일 수 있다고 한다.

국내 목재 연소용 오븐의 목재재를 분석해보니 안전 기준치보다 25배 높은 90도 이상의 스트론튬이 검출됐다. 지역 주민들은 농작물에 비료를 주기 위해 지역 화력발전소의 재를 사용하고, 이 재는 계속해서 그들의 흙을 통해 방사선을 순환시킨다.

허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만약 이 반복된 오염 과정이 중단된다면 그 지역의 농작물을 "안전한" 수준으로 재배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연구원들은 이제 우크라이나 정부가 감시 프로그램을 복원하고 방사능 재를 적절히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우크라이나 농업 방사선 연구소 소장 발레리 카슈파로프는 성명에서 "이반키브(Ivankiv) 지역에서 재배되는 곡물과 목재 오염은 여전히 주요 관심사이며 더 시급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알려지지 않은 이반키브 지역 화력 발전소(TPP)가 환경과 지역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건강 영향과 우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따르면 체르노빌 원전의 인부 중 28명이 사고 발생 후 4개월 만에 숨졌다. 이 중에는 원전의 추가 방사능 누출을 막기 위해 자신들이 치명적인 수준의 방사능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인부들도 포함돼 있다.

NRC에 따르면 체르노빌 사고 후 3개월 이내에 총 31명이 방사선 노출 또는 기타 재해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사망했다. 1991년부터 2015년 사이에 18세 미만 환자(1986년부터)에게 갑상선 질환이 2만 건이나 진단되었다는 사실이 2018년 UNSCEAR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한편 구급대원, 대피자, 주민이 평생에 걸쳐 경험할 가능성이 있는 암의 사례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지만 체르노빌의 방사능 누출과 직접 관련된 암으로 인한 사망률 등 건강에 대한 영향은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낮다. NRC 보고에 따르면 오염지역에 사는 500만 명의 주민 대부분은 자연 배경 수준(연간 0.1렘)과 비교해 아주 적은 방사선량을 받고 있다는 것.

방사능 중독에 대한 실체 없는 공포가 실제 재해보다 더 큰 피해를 가져왔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동유럽과 소련의 많은 의사들이 선천성 결손과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는 것을 피하기 위해 낙태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여성들이 경험한 실제 방사선 노출 수준은 문제를 일으킬만한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2000년, 유엔은 체르노빌 사고의 영향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UNSECAR 의장은 그 보고서는 "과학적 평가에 증명이 없는 근거가 없는 진술로 가득 찼다"며 결국 대부분이 당국에 의해서 기각되었다.

환경 영향과 현재의 체르노빌

체르노빌의 방사능 누출로 인해 그 직후에 주변 삼림 지대의 나무가 죽었고, 그 나무들이 붉은 색으로 변하면서 '붉은 숲'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손상된 원자로는 남아있는 방사선을 담을 콘크리트 석관에 급히 봉인됐고, 이 석관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앞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과학적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2006년 말에 기존 석관을 안정화한 후 건설을 시작했고 2017년에 새로 완공된 구조물이 원자로 4와 주변 석관을 둘러싸도록 설치되었다. 부지의 오염과 심각한 설계 결함이 있는 원자로 작동의 내재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는 마지막 원자로 3이 2000년 12월에 폐쇄될 때까지 우크라이나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계속 작동되었다. 

원자로 1과 2는 1996년과 1991년에 폐쇄되었고, 이 모든 완전한 폐기는 2028년에 완료될 것으로 알려졌다. 유령 마을이 된 체르노빌의 주변 땅은 과학자와 공무원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을 제한한다. 하지만 BBC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따르면 오늘날 이 지역은 인간의 간섭 없이 번성하게 된 다양한 야생 동물로 가득 차 있다. 

늑대, 사슴, 스라소니, 비버, 독수리, 멧돼지, 곰 등이 조용한 발전소를 둘러싸고 울창한 삼림 지대를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사능이 가장 높은 지역에서 자라는 나무들과 체내에 높은 수준의 세슘-137이 있는 동물들과 같이 방사선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은 이 지역은 제한 구역 밖으로 사람들이 정착하기 시작했고, 관광객들의 방문도 증가 추세다. 전 세계에서 원자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미래의 원자력 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들이 지속해서 연구되고 있다. 

포인트경제 심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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