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교수의 승온법, 나노입자를 합성하는 ‘표준 합성법’으로 전세계에서 쓰여
QLED TV의 양자점을 원하는 크기로 대량 생산하는 기술도 이 연구를 토대로 발전

왼쪽에 노벨화학상 유력 후보로 현택환 교수를 소개하고 있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

우리나라의 현택환 교수가 노벨상 수상자를 예측하는 정보분석업체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의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에 올랐다는 지난달 소식에 노벨화학상 발표날인 7일까지도 계속 화제가 됐다.

그는 20년 넘게 나노과학 분야를 연구해온 세계적 석학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현 나노입자 연구단장인 현택환 교수(서울대 석좌교수)의 노벨상 후보 소식을 지난달 25일 밝혔으며,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한국시간 7일 오후 6시45분께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수상자는 막스 프랑크 질병연구소 연구원 엠마뉴엘 샤펜티어와 UC 버클리 생화학과 교수 제니퍼 A. 다우드나가 수상하게 됐다. 

2020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 유튜브 생방송 화면 캡쳐

국내에서는 크기가 균일한 나노입자를 대량 합성할 수 있는 ‘승온법’ 개발로 나노입자의 응용성을 확대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는 현 교수가 과학분야에서 첫 한국인 수상자의 영광을 거머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었다.

현 교수는 어떤 업적을 남겼을까?

IBS에 따르면 현 단장의 연구는 태양전지에서 암 진단, 치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 활용되는 나노입자를 원하는 대로 합성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2001년 현 교수는 온도를 서서히 가열하며 나노입자를 합성하는 승온법(heat-up process) 개발로 크기가 균일한 나노입자를 합성할 수 있는 방법을 처음 제시했다.

이 연구는 2001년 미국화학회지(JACS)에 게재됐으며, 현재까지 1660회 인용됐다. 화학 분야에서 1,000회 이상 인용된 논문의 수는 전체 논문의 약 0.025%에 불과하다.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 겸 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연구단장 /사진=뉴시스

그는 승온법의 산업적 응용을 위한 원천기술도 개발했다. 2004년 ‘네이처 머터리얼스(Nature Materials, 3000회 인용)’에 게재한 연구에서 현 단장은 기존 대비 1000배 저렴한 가격으로 나노입자를 1000배 많이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현재 승온법은 전 세계 실험실뿐 아니라 화학산업 현장에서도 나노입자를 합성하는 ‘표준 합성법’으로 쓰이고 있다.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의 양자점을 원하는 크기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도 이 연구를 토대로 발전했다고 한다.

현 교수는 “서울대 교수로 임용될 때 그간 공부한 것을 버리고, 당시 새롭게 부상하던 나노과학 분야 연구에 뛰어든 것이 20년 만에 빛을 본 것”이라며 “묵묵히 함께 연구를 해 온 제자들과 공동연구를 수행했던 동료과학자들의 도움, 그리고 장기간 한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할 수 있었던 상황 덕분에 이 같은 영예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선정 소감을 밝혔다.

노벨 화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된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 겸 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연구단장이 7일 서울대학교 자신의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벨 화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된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 겸 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연구단장이 7일 서울대학교 자신의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 교수는 지난 2016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에 선정된 바 있다. 

한편, 2002년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의 예측 시작 이후, 현재까지 54명이 실제로 노벨상을 받았으며, 이중 29명은 2년 내 노벨상을 수상했다. 한국인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건 이번이 세 번째다.

2014년 유룡 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장(KAIST 교수)이 기능성 메조다공성물질 설계 관련 연구로, 2018년 로드니 루오프 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UNIST 교수)은 탄소 소재 기반 슈퍼커패시터 연구로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노벨상은 5일 생리의학상 시작으로 6일 물리학상, 7일 화학상을 발표했으며, 8일 문학상, 9일 평화상, 12일 경제학상 순으로 수상자를 발표한다. 매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던 노벨상 시상식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소하고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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