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지속돼온 적정 의료 인력 논쟁
의료계의 파업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 둘로 나뉘어 대립
"의사에 대한 편견을 접어두고 귀 기울여 달라"
입학정원만 늘려오다 끔찍한 결과를 낳은 간호사의 현주소와 같아질 수도
복지부와 의료계 간담회 열었지만 입장차 못 좁혀

[팩트체크] 의료계 파업,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일 뿐일까? 사진=뉴시스, ⓒ포인트경제CG

오늘 21일부터 의료계는 다시 파업에 들어갔다.

지난 7일 전공의들이, 14일에는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 정부에서 추진하는 4가지 정책 폐지를 주장하며 총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4일 12시 기준 의원급 의료기관 3만3836개소 중 사전 휴진신고를 한 곳은 1만584개소로 31.3%가 총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집단 휴진은 개원의와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 중심으로 진행되며, 응급실이나 분만실, 투석실 등 필수인력은 참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업무량을 받치고 있던 전공의들의 파업이 길어질 경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우려되고 있다.

의료계의 파업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반대입장의 한 누리꾼은 "그냥 밥그릇 싸움일 뿐이다. 누가 봐도 뻔한 집단이기주의를 오로지 진영논리로만 생각해서 지지를 보내는 게 한심하다"라고 했다. 

옹호입장의 다른 누리꾼은 "밥그릇 싸움인 것처럼 말하는데 대형병원에서 의사들이 죽어나듯이 일하는 건 왜 생각 안하나? 왜 대형병원에서 있지 못하고 개업을 한다고 생각하나?"라며 "큰 병원에서 오래 머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개인의 희생으로 모든 걸 강요하니까 그렇다. 이국종 교수때 외과의 사태도 해결 못하고 의사수만 늘리는게 대안인가. 왜 파업을 하는지 잘 좀 알아봐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의사들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열린 의료 4대악 정책추진 반대 전국 의사 총파업 궐기대회에 참석해 피켓을 들고 묵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료계가 총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는 의사 정원 확대라는 민감한 정책 이슈가 있다.

의협은 의대 정원 증원으로는 지역 의료 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며 ▲의과대학 정원 10년간 매년 400명 증원 ▲공공의과대학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 육성 등을 반대하며 이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격차가 심각하고 기피 전공에 의료 인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의사 정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게 정부의 생각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사 수가 모자란게 아니라 기피 지역·전공으로 인력이 재배치될 수 있는 정책적 유인이 부족한 것이라는 반론을 펴고 있다.


10년 이상 지속돼온 적정 의료 인력 논쟁

의협 관계자는 "기피 지역이나 전공으로 안 가는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기피 지역에는 의사 뿐만 아니라 간호사, 약사, 변호사, 교사 등 다른 인력들도 부족하다"며 "결국에는 기피 전공이나 지역을 택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핵심은 의료수가 조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료수가 조정을 통해 의사 수를 늘리지 않고 기피 지역·전공으로 유도하는 것은 효과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사의 1인당 소득은 도시근로자의 6배에 달한다. OECD 국가들의 의사 소득 비율이 2~3배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높은 소득 수준은 의료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한국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농촌 지역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월평균 수입(1404만원)은 대도시(1310만원)에 비해 높았다. 의사들의 지방 근무 기피 현상이 단순히 소득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집단휴진에 나선 대한전공의협의회가 7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반대 등을 촉구하는 침묵 시위를 하고 있다.
집단휴진에 나선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반대 등을 촉구하는 침묵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장은 "상업진료에 편중되거나 지역별 의료 불균형이 나타나는 문제는 현행 체제 내에서 보정이 불가능하다"며 "의협은 의료 인력의 배치 문제라고 하지만 돈을 안 주기 때문에 기피 지역이나 전공으로 가지 않는다는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남 국장은 "다른 선진국들에서도 시장 실패를 보정하기 위한 정책으로 지역의사제나 자치의과대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실패하지 않았다"며 "현재 취약 지역이나 필수 의료과목에서는 의사들을 구하지 못하고 있어 공공의료를 통해 이를 채워주는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의사 수를 늘리면 과잉진료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전직 간부는 "다른 공급자들은 수가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지지만 의사들은 의료라는 지식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수요를 만들 수 있다"며 "의사들은 소득이 줄어들면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비윤리적인 활동을 하게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의사에 대한 편견을 접어두고 귀 기울여 달라"

지난 7일 대한의사협회의 '젊은 의사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 대국민 호소문에서 "혹자는 전공의의 근무시간이 긴 이유를 의사수의 부족에서 찾기도 하는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는 병원이 충분한 의사 인력을 고용하지 않거나 못하기 때문이다"라며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교육과 수련을 받는 입장의 전공의는 병원과 상급자의 지시에 따르는 철저한 을의 입장이다."라고 했다. 

수 십년간 의사 2~3명이 해야 할 일을 전공의 한 명이 해내는 믿기 힘든 환경이 이어져왔다는 것이다. 젊음을 헌신하고 나면 전문의 자격증 한 장을 받아 OECD 최저수준의 의료수가, 동네의원과 대형병원이 경쟁하는 의료전달체계로 던져져 각자도생해야하는 게 보통 의사의 일생이라며 일회용 건전지 마냥 연료로 삼아 기형적인 몸집 불리기를 통해 저수가로 대표되는 모순투성이 의료제도를 아슬아슬하게 우회하며 생존해 왔다고도 호소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사회의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분야에 걸맞는 지원과 대우를 하기보다 그저 일회용 건전지로 잠시 활용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20일 오후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의과대학 앞에서 본과 3학년생이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서울대 의과대학 본과 3학년 학생들은 19일부터 1인시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을 반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면서 젊은 의사들이 비운 자리는 교수와 전임의(전문의)들이 채우고 있으며, 전공의들이 환자와 국민에 대한 송구스러움으로 움츠려들지 않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공백도 생기지 않도록 책임지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도 했다. 

또한 "의사들 스스로 사회의 버팀목인 필수 의료 기능은 유지되어야 하고 이것은 의료의 특수성"이라며 "국민 여러분, 의사는 기득권이며 의사의 단체행동은 집단이기주의, 밥그릇 지키기라는 편견을 잠시 접어두시고,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일하기에도 바쁜 젊은 의사들이 왜 거리로 나설 수 밖에 없었는지, 그 과정을 보아주시길 대한민국 13만 의사가 간절하게 호소한다"고 밝혔다. 


입학정원만 늘려오다 끔찍한 결과를 낳은 간호사의 현주소와 같아질 수도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간호대학의 경우 간호사 부족으로 지난 10년간 무분별하게 입학정원만 늘려오다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고 한다. 왜 간호사 50%가 장롱면허인지 왜 1년도 채 못 되어서 병원을 떠나는지. 매년 2만 명 이상 쏟아져 나오는 간호사들을 일회용품처럼 쓰고 버리는 병원과 지옥같은 환경에서 일하던 간호사들의 연이은 자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간호대 학생들은 늘었어도 실습할 병원이 적고, 강사 수가 턱없이 부족해 제대로된 능력을 갖출 수 있는 체계가 아니라고 한다. 

이로인해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이 결정됐을 때 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해나갈지 치밀한 준비가 없다면 의과대학의 미래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복지부와 의료계 간담회 열었지만 입장차 못 좁혀

지난 19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9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의·정 간담회'를 열고 함께 대화에 나섰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하다고 공감했지만, 서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결국 대화를 종료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의정간담회에 참석해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하자고 한 반면, 의료계에선 모든 정책을 철회하자고 해 의견 격차가 있었다"며 "지역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가 의대 정원 확대다.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이고, 부족한 전공의를 메꾸고, 의과학자를 양성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복지부가 의협과의 대화를 환영한다는 뜻을 나타냈음에도 기존 정책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선 합의를 도저히 할 수 없었다"며 "오늘 의료계와 정부의 대화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셨겠지만,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복지부에 유감을 표하며 21일 '제3차 젊은의사 단체행동', 26일 '제2차 전국 의사 총파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1일부터는 인턴·레지던트 등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단계적으로 무기한 업무 중단에 돌입하고 의협도 26~28일 제2차 전국 의사 총파업을 이어간다. 

21일 0시 기준 코로나19 국내 신규 확진자는 300명을 넘어선 이 시점에 정부와 의료계의 어느 쪽 주장이 맞건간에 비난의 화살을 맞을 것을 알면서도 파업에 나선 의료계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물러서지 않는 정부의 행태로 인해 피해를 받는 것은 환자, 의사 모두인 국민들의 몫이 된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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