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전기에너지로 저렴·친환경적 '의약품 성분' 합성법 개발

유기 합성분야에서 효율성, 경제성, 친환경성은 중요한 이슈이며 당면한 과제이다.

최근 경제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환경까지 고려한 신약 개발 합성법이 많이 연구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깨끗하게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의약품 성분을 합성하는 방법이 개발했다. 

23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박철민 교수 연구팀은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질소고리화합물'의 하나인 '인돌로파이란'(indolopyran)을 만드는 합성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금속 촉매나 고온 등에서의 오염을 유발하는 요소를 뺀 데다가 공기 중에 풍부한 산소를 이용해 반응을 유도한 친환경적이면서 경제적인 합성법이다. 

이와 같은 합성법으로 산소고리 화합물도 합성이 가능해 신약 개발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UNIST에 따르면  질소고리화합물은 최근 FDA에서 승인을 받은 약품 중 약 60%에 포함된 물질이다. 고리(ring) 형태로 결합한 탄소 원자 사이에 질소 원자가 끼어 있는 구조인데, 여기에 작용기(화합물에서 특정 기능을 하는 원자단)를 결합해 약품을 합성한다. 

고리의 모양이나 작용기의 종류에 따라 합성 난이도가 다른데, 최근 항암, 항염 효과로 인해 주목받는 인돌로파이란은 합성하기 까다로운 물질 중 하나라고 한다. 합성법도 많지 않고 그마저도 시약과 금속 촉매가 필요하거나 고온에서만 합성이 가능하다. 

박 교수 연구팀은 전극의 음극과 양극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통해 '인돌(indole)과 '활성 메틸렌(methylene)이라는 두 물질을 짝지어 인돌로파이란을 합성했다. 또한 상온에서 공기 중의 산소를 시약으로, 금속 대신 아이오다이드(Iodide)를 촉매로 사용했다. 

반응이 일어나려면 산에서 양성자를 제거하는 반응인 '탈양성자화' 능력이 있는 별도의 시약(염기)이 필요한데, 이 합성법은 공기 중의 산소를 예비 염기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일정한 전압을 유지하는 정전압 모드를 이용해 높은 전압에 의한 작용기 손상 문제도 극복했다고 한다. 

연구를 주도한 최수빈 자연과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주로 한 쪽 극만 활용하는 합성법과 달리 양극과 음극에서 발생하는 반응 모두를 이용해 복잡한 구조를 갖는 인돌로파이란을 합성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팀은 다양한 규명 실험을 수행해 인돌로파이란 생성 원리를 찾았다고 한다. 전극에서 아이오딘과 산소가 각각 산화 및 환원돼 아이오딘 라디칼(Radical)과 슈퍼 옥사이드 라디칼이 만들어지고, 이때 슈퍼옥사이드(superoxide) 라디칼이 염기로 작용해 반응이 진행된다. 

인돌과 활성메틸렌 화합물의 '커플링' 반응 후에 만들어진 중간물질은 최종적으로 고리 모양이 만들어지는 '전자고리화반응'을 통해 인돌로파이란이 완성된다. 

연구팀은 규명된 원리를 바탕으로 동일한 합성법을 적용하고 산소 고리 물질인 '다이하이드로퓨란' 골격체(약물에 작용기가 결합하는 뼈대)도 합성했다고 밝혔다. 인돌 대신 엔아민을 출발물질로 사용해 오각형 탄소 고리에 산소가 포함된 '다이하이드로퓨한'을 합성한 것이다. 

박 교수는 "기존 합성법과 달리 전기에너지를 이용하는 친환경적으로 경제적인 유기합성 방법을 적용해 질소고리화합물을 합성할 수 있었다"며 반응경로를 알아내 다양한 출발물질로부터 여러 고리 모양의 골격체를 합성하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 최상위 저널인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주목받는 논문(Hot Paper)으로 선정돼, 7월 7자로 출판됐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