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장서 불
2018년 포항제철소 내 산소공장, 직원 4명 질소가스 질식사
2019년 2월, 포항제철소 인턴사원 크레인에 끼어 숨져
2019년 6월, 포항제철소 염산 누출 사고
2019년 6월, 광양제철소 폭발사고로 직원 숨져
2019년 7월, 노동자 추락, 정전사고, 수소가스 폭발로 근로자 숨져
2019년 12월, 광양제철소 공장 폭발사고로 직원 등 5명 중경상

포스코 포항제철소 소둔산세공장 현장 화재/사진=뉴시스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소둔산세공장의 대수리 현장 화재 발생과 관련해 근래 잇따라 터지는 포스코의 사고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15일 그 대책을 촉구했다. 

지난 13일 오후 12시20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동촌동 포스코 포항제철소 소둔산세공장에서 불이나 2시간여만에 꺼졌다. 공장에서는 검은 연기가 치솟았고 제철소 인근 주택가에서 화재 신고가 이어졌다. 

이날 불로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500㎡ 규모의 소둔산세공장 일부가 탔다. 소둔산세공장은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 생산 공정이다. 소둔'은 내부 응력(변형력) 제거를 위해 적당한 온도로 가열한 후 천천히 냉각하는 공정이고, '산세'는 산성 용액에 담궈 금속 오염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표면공정이다.

소방당국은 황산·불산 열연처리를 하는 열처리산세 및 가성소다 탱크·배관쪽에서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포스코는 소둔산세공장이 대수리중이어서 생산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인근에서 사고 광경을 목격한 주민들이 불안에 떨며 여러 사진과 영상을 제보했다고 밝혔다. 하늘을 덮으며 무방비로 배출된 검은 연기의 유해성도 밝혀지지 않았고, 사고원인 또한 확인 중이라고 알려졌다. 

포스코는 당일 보도자료를 통해 연기가 많이 난 이유는 플라스틱(FRP) 연소로 인한 것이며 인명피해가 없고 생산에 차질이 없다고 발표했다.

ⓒ포항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플라스틱은 화재 시 열에 의한 손실보다는 연소가스와 연기에 의한 피해가 훨씬 많다. 강화섬유플라스틱(FRP)과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에스테르(polyester), 폴리우레탄(polyurethane), 폴리에틸렌(polyethylene), 폴리스틸렌(polystyrene) 등 광범위하게 쓰이는 각종 플라스틱 제품에 함유된 화학물질이 불완전연소하면 이산화탄소(CO2)와 일산화탄소(CO), 시안화수소(HCN), 암모니아(NH3), 아황산가스(SO3), 염화수소(HCl) 등의 치명적인 유독가스가 발생한다. 

그러면서 "대구지하철 참사, 이천물류창고 화재 등 대형 인명사고의 사망원인이 주로 플라스틱류의 연소로 인한 질식사였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라며 "천만다행으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두 시간 이상 배출된 유독가스로 인해 드러나지 않은 현장의 피해와 사고의 원인이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고당시 청림동 등 인근 주민들에게는 사고 소식이나 대피안내도 전혀 없었으며,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에 밖으로 나와 가장 가까운 OCI 공장으로 몰려가는 소동과 함께 무방비로 상황을 지켜볼 뿐 아무런 대처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환경운동연합은 "향후 이와 같은 사고에 대비하여 현장 노동자의 대피 매뉴얼과는 별도로 인근 주민들이 대응해야 할 안전대책이 마련되어야 하고, 포스코와 관계기관은 유독가스로 볼 수 밖에 없는 검은 연기의 정체와 그 유해성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항환경운동연합

지난 2018년 포항제철소 내 산소공장에서 외주업체 직원 4명이 질소가스에 질식해 모두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고, 포스코는 같은해 5월 안전 관련 분야에 향후 3년간 1조1050억원을 투자, 중대재해를 막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 5453억원의 안전예산에 5597억원의 예산을 증액해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세웠다는 것이 당시 포스코의 설명이었다. 추가되는 예산은 조직신설 및 인력육성에 369억원, 밀폐공간처럼  중대재해가 일어날 수 있는 장소와 시설물에 안전장치를 보완하는데 5114억원, 외주사 교육 및 감시인 배치 등을 지원하는데 114억원이 각각 배정됐다.

하지만 사고가 날 때마다 철저한 원인 규명으로 대책을 수립해 재발을 막겠다고 공언한 포스코의 안전사고는 계속 이어졌다. 

지난해 2월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신항만 5부두 지상 약 35m에서 인턴사원을 교육하던 포스코 직원 A씨가 인턴사원이 조작한 크레인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해 6월에는 남구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2문 주변에서 약 300리터의 염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염산 2만1000ℓ를 싣고 공장에 들어가던 탱크로리에서 염산 약 300ℓ이 누출된 것이다.

같은달 광양제철소 내 니켈추출 설비인 포스넵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포스넵정비협력업체 직원 서모(62)씨가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24일 오후 1시 15분께 발생한 전남 광양제철소 내 포스하이메탈 공장 폭발 사고 진화 현장.
2019년 12월 24일 오후 1시 15분께 발생한 전남 광양제철소 내 포스하이메탈 공장 폭발 사고 진화 현장./사진=뉴시스

7월에는 무려 세 번의 사고가 발생했다. 11일에는 포항제철소 정직원이 숨졌고 15일에는 포스코 협력업체 직원이 코크스 보관시설에서 일하다 10m아래로 떨어져 골절상을 입었다. 17일에도 협력업체 근로자가 안전난간대를 설치하다 5m 아래로 추락했다. 같은 달 광양제철소에서는 정전사고도 발생했다. 수소가스가 폭발해 노동자 한명이 숨지는 중대재해가 발생한지 한 달 만에 또다시 사고가 발생해 비난을 자초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난해 12월에는 광양제철소 내 포스하이메탈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폭발음과 연기는 인근 이순신대교를 지나던 차량 속에 들릴 정도로 컸으며 연기는 수십미터를 치솟았다. 이 사고로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과 포스코ICT 직원 등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한국노총 포스코노조는 지난해 7월 성명서를 내고 "원가절감을 위한 1인 근무 등 사고의 철저한 원인과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관련법 위반이 드러나면 책임자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노조의 산업안전 보건위원회 참여, 명예산업 안전감독관 활동 보장, 분기별 위험성 평가 조사, 상시 현장 감시 체계 구축 등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1조원을 투입하며 중대재해를 막겠다고 밝혔지만 이후에도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포스코의 안전 관리 능력과 의지에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해 광양제철소 폭발사고에 이어 포항제철소에서도 발생한 이번 사고는 포스코의 현장 안전망에 구멍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최근 2~3년 동안 연이어 발생하는 인명사고와 폭발, 화재사고로 인해 포스코가 강조해 온 안전과 환경설비 투자는 신뢰를 잃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포스코는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잦은 사고에 대한 사과와 해명, 구체적인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밝혔다. 

포인트경제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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