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조직 관찰위한 시편을 170℃로 순간 냉각
전자빔을 쏘아도 손상되지 않아
'대기 비개방 분석법' 활용, 리튬 이온 배터리 관찰 응용

[연구그림] 실험에 사용된 전자 현며경 및 시편준비 방법/UNIST

UNIST(울산과학기술원)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모습을 포착해낸 전자현미경 분석법으로 화재나 폭발 위험이 없는 전고체전지를 만드는 물질을 관찰한 연구가 나왔다. 

이것은 생체분자를 손상시키지 않고 '얼려서'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는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 기술을 안전한 배터리 개발에 적용한 것이다. 

14일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이현욱 교수팀은 한양대 에너지공학과의 정윤석 교수팀과 공동으로 '황(S)화합물 고체 전해질'의 구조를 원자 단위에서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투과전자현미경 분석법이란 전자빔을 이용해 고배율의 이미지를 얻는 기술로 투과되는 전자빔을 통해 얇은 시편의 원자 배열을 직접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물질은 매우 민감해 전자빔을 쏘면 쉽게 손상되므로 일반 투과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어려웠다.

이에 연구팀은 이 물질을 영하 170℃로 순식간에 얼려 공기와 접촉을 차단하는 새로운 방법을 써서 '손상없이' 관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림1. 일반 투과전자현미경(TEM)과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황화물 고체 전해질(Li6.5P0.5Ge0.5S5I)의 결정 구조: (A) 일반전자현미경 관찰시 시편 손상(동심원) (B) 극저온 TEM으로 관찰한 결정구조. <111> 방향으로 관찰했을 때 원자 배열이 6각형으로 나타난다. 왼쪽 그림이 원자 배열의 모식도이고, 오른쪽 그림이 실제 원자 배열 사진이다. 강한 전자빔에도 안정적으로 구조를 유지해 황화물 고체 전해질의 결정 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UNIST

배터리의 안전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구성요소는 '전해질'이 꼽힌다. 리튬 이온 배터리에서 이온이 지나는 통로인 전해질은 주로 액체 상태다. 그러나 액체전해질은 폭발 위험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어서 더 안전한 고체전해질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많이 되고 있는데 문제는 고체 전해질에는 원자들이 미로처럼 빼곡히 쌓여 이온이 잘 다니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온 전도도가 낮으면 배터리 용량과 수명이 떨어지므로 좋은 배터리가 되지 못한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 고체 전해질의 복잡한 내부 구조를 분석해 이온이 지나는 길을 정확히 알아야하는데 다른 물질보다 이온 전도도가 높아 고체 전해질로 가능성이 큰 '황화합물'은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하기 어려웠다. 기존에는 황(S)이 전자현미경이 내뿜는 전자빔에 취약해 간접적인 방법으로만 내부 구조를 봐야 했던 것이다. 

연구팀은 '황화합물 고체 전해질'을 직접 관찰하기 위해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 분석법(Cryo-EM)'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 분석은 원래 살아있는 세포나 미생물을 관찰하는 방법인데 이를 배터리 물질 분석에 최초로 적용한 것이다. 

미세조직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시편을 준비해야하는데 액체 질소를 이용해 시편을 영하 170℃로 순간 냉각하면 높은 에너지를 갖는 전자빔을 쏘아도 시편이 손상되지 않는다. 이때 시료는 대기와 닿지 않게 보호하는 '대기 비개방 분석법'을 활용했다고 한다. 

황화물 고체 전해질의 열처리 온도에 따른 결정구조 생성 모식도 /UNIST

또한 다양한 성분을 조합한 화화합물을 합성하고, 열처리 온도를 다르게 한 뒤 이온 전도도를 측정했다. 이 중 이온 전도도가 가장 높은 물질을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 분석법으로 관찰하자 '육각형 모양의 원자 배열'이 확인됐다. '대기 비개방 극저온 전자현미경 분석법'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이용해 기존에는 분석할 수 없던 물질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신진 및 중견연구자사업, 기후변화대응 기초원천기술과제 등의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연구 성과는 나노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논문명 'Tailoring solution-processable Li argyrodites Li6+xP1-xMxS5I (M = Ge, Sn) and their microstructural evolution revealed by cryo-TEM for all-solid-state batteries'로 5월 5일자로 공개됐다.

이현욱 교수/UNIST

이현욱 교수는 "이 분석법이 공기와 접촉을 차단하고 물질을 손상을 막는 기법이라 반응성이 높은 리튬 이온 배터리의 다른 구성요소를 관찰하는 데도 적극 응용될 것"이라며 "이는 가까이 이차전지 산업에 교두보 역할을 하고, 멀리로는 바이오 및 재료과학 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UNIST는 "물질의 물리적 특성을 이해하는 연구는 소재 개발 핵심 기술 중 하나이다. 그러나 국내의 해당 기술 분야는 아직 기초 수준으로 관련 기술의 원천기술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며, 본 연구를 통해 확보되는 기술은 향후 이차전지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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