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레탄 발포 작업 중 유증기가 불꽃에 노출 폭발 추정
우레탄폼, 보온·보냉에 사용하는 경질폴리우레탄폼 단열재
발포제, 탄화플루오르 계열...염산·염소·이산화탄소 등 유독성 가스 발생

경기도 이천 소고리/구글어스

4월 29일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작업 중이던 근로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당했다. 현재까지 화재 당시 지하 2층에서 이뤄진 우레탄 발포 작업 중 생긴 유증기가 미상의 불꽃(화원)에 노출되어 폭발이 일어나면서 불이 시작됐을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5월 1일 경찰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경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7개 기관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벌인다고 밝혔다. 

전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6시간에 걸친 1차 합동 감식에서 건물 내부를 면밀히 관찰했으며, 불에 타 없어진 형태 등에 미뤄볼 때 지하 2층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30일 경기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사고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천 화재사고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우레탄폼 발포작업은 단열 시공시 발포한 폼이 공기 중 화학반응을 일으켜 암모니아가스가 발생하며, 암모니아가스는 가연성 물질로 독성가스이면서 밀폐된 공간에서 불꽃을 만나면 폭발하기도 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우레탄폼'은 한국산업규격 KS M 3809:2006(경질폴리우레탄폼 단열재)에서 정한 100 ℃이하의 보온 및 보냉에 사용하는 경질폴리우레탄폼 단열재 등 미리 성형한 우레탄폼 단열판과 현장에서 시공하는 스프레이 우레탄폼을 말한다.

단열재용 우레탄폼의 주원료인 액상의 이소시아네이트와 폴리올이며, 부원료는 반응속도 조절을 위한 촉매류 및 정포제와 발포제 등을 사용한다. 

우레탄폼 원료의 일반적인 물성치/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발포제는 HCFC-141b와 같은 탄화플루오르(Fluorocarbon) 계열 발포제를 주로 사용하며 열에 의하여 분해되는 경우 염산, 염소, 이산화탄소 및 일산 화탄소와 같은 유독성 가스를 발생시킨다.

또한 발포 후 성형된 우레탄폼은 가연성 물질로서, 고온 또는 용접 불티 등의 점화원에 의하여 쉽게 점화되어 화재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연소장치(예 굴뚝, 소각로 등), 고온의 공정장치나 고온 배관 상부 또는 고온 배관과 인접하여 시공 하지 말아야 하며 제조자가 제시하는 최고사용온도를 초과하는 설비에 보온 용으로 시공하여서는 안 된다.

이번 화재 현장 물류창고의 지하 2층에는 잔해물이 많이 쌓여 있어 이를 제거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전해졌다. 2차 감식은 남아있는 잔해물을 마저 치우고, 최초 폭발을 일으킨 화원을 규명하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 2차 감식을 해봐야 알겠지만 3차, 4차 감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면서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국과수의 감정 결과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30일 경기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30일 경기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한편, 이번 화재 참사 현장에서 다른 건물로 잠깐 이동했다가 목숨을 건진 목격자 이모(46)씨는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 유도등도 창문도 없는 건물로, 안전관리자나 불꽃 작업하면서 화기 관리하는 사람도 없는 공사현장이었다"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씨와 같이 일했던 다른 동료 2명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는 "건설 현장에서 전기가 차단되더라도 켜지는 유도등 정도는 돼 있는데 불 꺼진 상태에서 유동등 하나 없는 곳에서 근로자들이 빠져나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우레탄 자재를 쌓아놓은 용기가 터지면서 안에 폭발도 있었고, 도장 업체도 있었으니 건물에 시너가 있었을 것이고, 패널에까지 불이 붙고, 바람도 불고 하면서 유독가스가 많이 나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물류창고 공사장 지하 2층에서 발생한 불은 29일 오후 1시30분께 발생해 5시간 만인 오후 6시42분께 꺼졌다. 

30일 오후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서 분향소 관계자들이 영정사진을 단상에 올리고 있다/사진=뉴시스
 30일 오후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서 조문객들이 헌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편, 30일 오후 1시55분께 시공사 (주)건우 대표이사 L씨와 임원 등 5명은 기자회견 장소인 모가체육관에서 유족들을 향해 무릎을 꿇고 5분 동안 사과를 한 뒤 2시께 곧바로 나가려다 화재 참사 유족들에게 경력한 항의와 멱살잡이를 당해 갑자기 실신했다. 119구급차량에 의해 이천 A병원으로 실려갔던 L씨는 곧바로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인트경제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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