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0일 기준 신청 접수 현황
폐질환 피해 사망자 1309명
태아 피해 사망자 19명
천식 피해 사망자 1227명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추모행사 2016년, 빼앗긴 숨/사진=뉴시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추모행사 2016년, 빼앗긴 숨/사진=뉴시스

지금까지 코로나19로 인해 21일 0시 기준 238명의 사망자가 국내 집계됐지만,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많은 1545명(2020년 4월 20일 기준, 질환 중복 제외)으로 나타났다.

신청·접수 사례로만 폐질환 피해자는 5689명 중에 사망자가 1309명이며, 태아 피해자는 56명 중에 19명이 사망했으며 천식 피해자는 5486명 중에 1227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전체 판정완료 사망 수치는 256명이다. 나머지 1289명의 사망자와 4189명의 생존자는 접수·판정 중이다.

2011년 4월 급성 호흡부전 임산부 환자들이 잇따라 입원하게 되고, 5월에 사망자가 계속 발생하면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한국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같은 해 11월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 살균제를 폐질환의 원인으로 추정하고 수거 명령을 내렸고, 2012년 2월에 폐손상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라는 것을 최종 확인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신청·접수 현황 ('20. 4. 20 기준)/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

그 당시 정부에서 수거명령된 제품은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액체>(한빛화학), ▲세퓨 가습기 살균제(㈜버터플라이이펙트),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롯데마트 PB상품/용마산업사),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홈플러스 PB상품/용마산업사), ▲아토오가닉 가습기 살균제(아토오가닉), ▲가습기 클린업(코스트코 PB상품/글로엔엠)이다. 

수거 명령 대상 가습기 살균제 제품 6종/사진=뉴시스

이들 가습기살균제의 주성분 PHMG와 PHG는 미국에서 1980년대 부터 이미 이런 양이온성 고분자 물질을 관리해왔다고 한다. PHMG는 러시아에서 병원소독에 사용되던 살균소독제로 2001년부터 한국에서 가정용 가습기에 널리 사용되어 왔고, 우리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터진 후 2012년에 관리를 시작했다. 

PHMG(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 Polyhexamethylene guanidine)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 Oligo(2-(2-ethoxy)ethoxyethyl guanidine chloride)

PHMB와 PGH의 화학구조

그리고 MCIT 계열에는 애경가습기메이트(애경), 이플러스(이마트) 등이 좀 더 늦게 유해성이 밝혀지기도 했다. 애경 가습기 살균제 성분 CMIT, MIT과 PHMG와의 복합사용에 따른 흡입독성영향평가 등을 통해 2018년에 CMIT/MIT 함유 물질 흡입에 의한 인체 유해성이 증명되었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2018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2020년 3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손해배상 소송에서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건강피해 범위를 확대한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1일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구제급여 피인정인은 26명이 추가 인정되어 총 920명이다. 특별구제계정으로 지원받고 있는 2218명을 포함해 지원을 받는 피해자는 2920명이 되었다.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여전히 극심한 고통 속에 있는 피해자들의 심리적 지원에 대한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한국환경사업기술원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모임 단체는 24개에 이른다. 피해지원 종합포털에서는 피해구제안내와 아직 신청도 가능하다. 

2020년 2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가습기살균제 전체 피해가정 대상 첫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피해 인정여부와 관계없이 피해자들은 여러 신체부위에 다양한 신체건강피해를 호소했다.

성인의 경우 폐질환 83.0% > 비질환 71.0% > 피부질환 56.6% > 안과질환 47.1%, 위염·궤양 46.7% > 심혈관계 질환 42.2% > 내분비계 질환 21.3%, 신장질환 15.3% > 신경계 질환 11.0% > 간질환 9.9% > 암질환 5.4% 순이었다. 

성인 및 아동·청소년의 노출 이후 악화 또는 발생한 정신건강문제/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사회적참사 특조위는 현 정부의 피해인정 질환 종류보다 훨씬 많았으며 피해인정 확대가 절실하며, 또한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 정신건강문제가 간과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성인의 경우는 우울·의욕저하/불안·긴장 수준이 72%로 가장 많았으며, 집중력·기억력 저하 71.2% > 불면 66.0% > 분노 64.5% > 죄책감·자책 62.6% > 자살생각 49.4% > 소진·탈진 37.9% > 자살시도 11.0% > 음주문제·과도한 음주 10.8% > 정신건강 변화로 인한 입원치료 8.4% 순이었다.

피해판정 결과가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이 83.5%였으며, 인과관계 입증책임을 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의견이 87.4%, 기업으로부터 배보상을 받은 경우는 8.2% 수준에 불과했다. 

이번 전수조사로 "예전의 일상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고 보는가?" 질문한 결과, 피해자들은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일상회복이 불과 41%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조위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심각한 울분은 국내외 어느 문헌에서도 이토록 심각한 울분 현황은 보고된 바 없다. 피해는 부당하며, 피해로 인해 삶이 고통스럽고, 자책감이 크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 내가 아니라 이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으로 피해에 대한 책임이행과 대응 과정의 정당함을 회복하지 않는 한, 삶을 회복하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울분 평가 결과/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지난 14일 우석대 인지과학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심리운동학과 김윤태 교수는 "가습기살균제특별법이 지난달 6일을 기점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가결되었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극심한 육체·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개정된 특별법의 면면을 살펴보면 여전히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조항도 있지만, 가습기살균제 사건 해결에 작은 진전을 이뤘다는 측면에서 피해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사회적참사 특조위는 분절되지 않은 통합된 건강피해 규정과 대응 모델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가습기살균제 노출 건강피해를 '가습기살균제증후군'으로 정의하고 피해자 통합치료지원센터를 구축하여 전 생애적 피해를 대응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가습기 살균제 건강피해 질환을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후유증까지 포함시켜 건강피해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현행 제도에서 구제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건강상 피해의 일정 요건에 해당하면 추정되는 것으로 보고 쉽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수많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구제, 더불어 전문적인 심리치료 등의 지원이 원활히 진행되기를 기대해본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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