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감과 격리조치가 학대자들에게 더 많은 폭력 촉발할 기회 제공
코로나로 인한 상담방식 비대면으로 바뀌어 더 우려
중국, 지난 2월 경찰에 신고된 가정폭력 사건이 전년보다 3배 늘어

코로나19 격리안전 조치로 더 위험한 사람들...가정폭력 피해자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물라는 격리 안전조치가 가정폭력 생존자들에게는 그 자체가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하고 파괴적인 시간이 될 수 있다. 

재택과 개학연기 등으로 온 가족이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도움을 청하기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이는 경우나 심리상태를 진단과 상담을 위한 방식도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한 가정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친아버지에게 2년 전부터 지속적인 성추행과 폭행을 당해온 초등학생 A군이 상담소를 찾아 도움을 받다가 최근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개학이 연기돼 가해자인 친부와 함께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부터 연락이 두절된 것이다. 담당 상담원은 "A군이 부모의 감시에서 벗어나 먼저 상담소로 연락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서울경제가 보도한 바 있다.

지난 16일에는 경남에서 한 50대 가장이 지속적인 가정폭력을 휘두르다 결국 아내와 아들을 숨지게 하고 딸을 크게 다치게 한 사건이 있었으며, 그는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그의 아내와 자녀 2명은 2016년에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에 머문 적도 있었다고 한다. 

6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에서는, 학대자가 친구나 가족으로부터 한층 더 격리하는 수단으로서 코로나19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하는 상담자들의 증가를 보고하고 있다.

미국 국립 가정 폭력 핫라인의 대표 케이티 레이존스는 "가해자들은 그들의 희생자들을 길거리에 내동댕이쳐 놓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라고 타임지에 말하기도 했다.

레이존스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동안 학대의 건수가 증가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미 학대를 당한 사람들은 더 심한 폭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더 이상 일하러 가거나 친구를 만나서도 도망칠 수 없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유엔 부국장 아니타 바티아는 "바이러스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은 가정 폭력의 피해자에게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는 사회적 거리감과 고립이라는 이러한 조치들을 따를 필요성을 전적으로 지지하지만, 우리는 또한 이것이 학대자들이 더 많은 폭력을 촉발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을 인식한다"고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여성 3명 중 1명은 일생동안 신체적 또는 성적 폭력을 겪으며 "가장 널리 퍼져있지만 가장 적게 보고된 인원 침해이다."라고 한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지난 2월 현지 경찰에 신고된 가정폭력 사건이 전년보다 3배 가량 늘었으며, 활동가들은 이것이 강제 폐쇄의 결과라고 말한다. 

세계 경제를 불황으로 몰아넣을 것으로 예상되는 코로나19의 위기가 궁극적으로 피해자들이 도움을 구하는 것과 학대관계를 떠나기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상담원의 안전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일부 대면상담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포인트경제 김수철 기자

저작권자 © 포인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