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본 순간부터 속에 불이나서 잠도 안온다"
"연차 3일 때문에 '회사를 향한 마음'을 잃었다."
사측 입장, "구조조정 할 수도 있다고 하더라."
"연차 3일 사용으로 구조조정을 안 할까요?"

코로나19의 감염 지역확산으로 일부 기업들이 자가 격리를 위해 근로자의 연차 사용을 강요하면서 근로자들의 불만과 분통섞인 이야기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26일 이와같은 공지를 내렸던 인터파크는 사내 익명 커뮤니티에서 분노를 넘어 회사의 신뢰를 잃었다는 등의 수많은 직원들의 반응에 '구조조정'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흘리며 응수했다가 더 큰 몰매를 맞고 있다. 

인터파크 경영지원실에서 내린 공지 본문 일부 발췌 ⓒ포인트경제 CG
인터파크 경영지원실에서 내린 공지 본문 일부 발췌 ⓒ포인트경제 CG

26일 인터파크 경영지원실에서 내린 이 공지를 본 한 직원은 "연차 3일 아깝지 않다. 어려운 시기에 임금 삭감이나 휴직도 감내할 수 있을 것이다. 설득은 커녕 납득이되는 설명조차 없는 세번의 공지를 보며 감염병의 광풍에도 생존권마저 온전히 존중받지 못하는 이 곳에서의 차가운 현실을  깨닫는다."고 하며 "연차 3일씩을 가져가신 대신 '회사를 향한 마음'을 영원히 잃으셨다."고 했다. 

또다른 직원은 "공지 본 순간부터 속에 불이나서 잠도 안온다. 차라리 무급휴가 지원이었다면 기꺼이 썼겠다. 다른 회사들 재택시작한다 단축한다 할때 우리 회사의 이런 방법은 전혀 상상도 못했다. 퇴사할 때까지 이 공지와 조치는 잊지 못할거다."라고도 했다. 

인터파크 공지관련 직원들의 반응 /온라인 익명 게시판(블라인드)

직원들의 반응에 달린 댓글에는 일관되게 회사사정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동일한 아이디의 사용자가 있었는데, "구조조정 할수도 있다고 하더라.", "인원감축 될 수도 있다고도 들었다. "라고 썼다. 

이 사용자의 댓글에 한 다른 직원은 "모든 글에 구조조정으로 대응하시네요. 연차 3일 사용으로 구조조정을 안 할까요? 할 회사는 이렇든 저렇든 강행합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런 반응에 인터파크 관계자는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강요하진 않았고 법을 어겨가며 강제할 생각도 없다. 오해가 있을 수 있다."며 " 다른 기업들처럼 재택근무를 통해 사무실을 비우는 방침은 폐업하자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판단했으며, 연차라도 사용해 사무실 인원을 조정하자고 호소한 것이다."라고 설명했지만, 공지가 내려오고 하루가 지난 27일 내부 직원들의 분노는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관계자에 따르면 "공지가 내려온 어제만해도 직원 한 명이 강제사용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니, 면담을 하기로 했다가 오늘 이슈가 되자 강제하지 않는다며 오해가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고 전했다. 

또다른 직원은 "차라리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배려해달라는 뉘앙스였다면 이렇게 화나지 않았을 거다."라고도 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격리해야하는 경우가 아닌데도 고용주가 근로자에게 연차사용 시기를 강제하는 거나 통보하는 것은 불법이다. 회사사정이 어려워 휴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휴업수당을 지급해야한다.  

지난 17일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방지를 위한 사업장 대응 지침’에 따르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입원·격리되는 경우가 아니라도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사업주는 자체 판단 하에 휴업할 수 있고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다만 확진자나 의심 환자가 발생하는 등 정부의 격리조치로 불가항력적으로 휴업하는 경우만 휴업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한편, 3월부터 롯데백화점도 직원들에게 연차를 사용하도록 권고하는 동시에 근무시간을 한 시간 단축하는 조치를 시행했다가 "강제 연차 사용이 아닌 자율 의사에 따라 진행 가능한 부분이다. 단축 근무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지켜본 후 변경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24일부터 팀별로 업무에 차질 안주는 선에서 유연한 재택 근무 정책을 시행했고, 위메프도 25일부터 28일까지 재택근무에 들어갔으며. 티몬은 26일부터 28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한다.

11번가도 희망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고, 옥션과 G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개인 사정에 따른 자율적인 재택 근무를 시행한다고 전해졌다. 

인터파크는 연차 강제 사용관련 공지를 내렸다가 하루만에 오해라며 뒷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직원들의 마음엔 코로나 감염의 불안보다 더 큰 상처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다. 오해가 있다면 풀면 그만이지만 불안과 걱정이 앞서는 요즘같은 시기의 소통에는 좀 더 깊은 배려와 따뜻한 용기가 필요하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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