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진 모여 2주간 자료검토…인기논문도 "허접"한 수준
임상시험센터장 "효과성 입증 안 된 게 아니라 효과 없다"
지난 달 26일 폐암 말기 개그맨 김철민, "복용 중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8일 대한약사회, 전국 약국에 당부 "구충제 오남용 안되도록 소비자에게 정보 제공 요청"

국립암센터, 논란 중인 개 구충제 항암효과 임상준비단계에서 취소 ⓒ포인트경제

개 구충제 펜벤다졸의 항암효과 논란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이 준비단계에서 취소됐다. 

국립암센터는 논란이 되고 있는 개 구충제를 포함해 구충제의 항암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추진했으나 준비단계에서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김흥태 국립암센터 임상시험센터장은 "사회적 요구도가 높아 국립암센터 연구자들이 모여 임상시험을 진행할 필요가 있는지를 2주간 검토했다"며 "근거나 자료가 너무 없어서 안 하기로 했다. 보도자료까지 준비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 구충제 속 펜벤다졸이라는 성분이 항암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있어왔고, 심지어 인체용 구충제에 포함된 알벤다졸과 메벤다졸 등의 성분도 항암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구충제 품귀현상까지 나타났다.

최근에는 방송과 인터넷 유튜브 등을 통해 일부 암환자들이 개 구충제를 먹고 효과를 봤다는 후기가 공유되면서 논란이 되었고, 폐암 말기 선고를 받은 개그맨 겸 가수 김철민(52)이 펜벤다졸을 복용한 후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지난 달 26일 김철민은 10월24일부터 펜벤다졸을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11월20일 "피 검사가 다 정상으로 나왔다"며 근황을 알렸다. 그때도 김철민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러분의 사랑으로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는 글과 함께 게재한 영상에서 "펜벤다졸을 7주째 복용 중이며 오늘 혈액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다 정상"이라고 밝혔다.  

개그맨 김철민. (사진=김철민 페이스북 화면 캡처)
개그맨 김철민. [사진 출처=김철민 페이스북]

그러나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펜벤다졸 임상시험은 없어 이에 국립암센터 연구진들은 동물이나 세포 단위로 진행됐던 연구 논문과 유튜브에서 인용된 자료들을 모아 임상시험 타당성 여부를 검토했다. 그 결과 동물 수준에서도 안정성이나 효과가 검증된 자료가 없다고 최종 판단했다. 

김 센터장은 "유튜브에서 제일 괜찮다며 많이 인용된 논문도 검토해 봤는데 이것조차도 허접했다"고 말했다. 특히 펜벤다졸이 보이는 기전(일어나는 현상)이 의학적으로 큰 가치가 없다는 게 김 센터장의 분석이다.

그는 "펜벤다졸은 암세포의 골격을 만드는 세포내 기관을 억제해 암세포를 죽이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용도의 항암제는 이미 90년대에 1세대 세포 독성 항암제로 만들어졌다. 2020년 현재는 1세대 항암제에 더해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3세대 항암제까지 쓰는 시대"라며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게 아니라 효과가 없다고 봐도 된다"고 강조했다.

절박한 상태의 일부 환자들은 효과성을 알 수 없는 구충제를 계속 찾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을 해소하고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는 숙제로 남아 있다.

김 센터장은 "의사나 전문가, 정부 관계자, 환자가 같이 참여하는 공론장을 언론사와 보건복지부가 같이 열어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환자와 그 환자의 주치의가 진료 기록을 객관적으로 공개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8일 대한약사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통되면서 구충제 관련 사회적 논란이 가중됨에 따른 조치"라며 "구충제가 구충 이외의 목적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전국 회원약국에 당부했다. 

[이미지 출처=Daum 뉴스 관련기사 댓글]
[이미지 출처=Daum 뉴스 관련기사 댓글]

한편, 뉴스를 접한 네티즌들의 많은 댓글에서는 불만과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근거나 자료가 없어서 임상실험을 해주기를 바란 것인데 무슨 소리냐. 근거나 자료 있으면 굳이 할 필요가 없다." 고 했다. 또 한 네티즌은 "전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항인데 국립 암센터에서 지금 검증을 안한다는 건 직무유기이며 국민이 암센터를 신뢰하지 못할 것이다."라고도 했다. 

국립암센터의 이번 조치도 개 구충제의 항암효과와 임상실험 요구 논란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인트경제 심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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