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구하라 24일 숨진 채 발견
핀란드가 심리적 부검으로 자살률을 대폭 감소
심리적 부검, 자살을 행한 사망자의 죽음과 관련된 정신적, 행동적인 요인들을 규명하는 행위
위로가 되는 말 : 1. 많이 힘들었겠다, 2. 네 잘못이 아니야, 3. 힘들면 실컷 울어도 돼, 4. 고인도 네가 잘 지내기를 바랄 거야, 5. 무슨 말을 한들 위로가 될 수 있을까

구하라와 설리[사진 출처= 구하라 인스타그램]
구하라와 설리 [사진 출처= 구하라 인스타그램]

가수 설리가 스스로 숨을 거둔지 42일만에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가 숨진 채 발견됐다. 구하라는 지난 9월 남자친구와의 불화로 최근까지 고소전을 벌여왔다. 

유명인 혹은 누군가의 자살 소식을 들었을때 우리는 삶에 대한 허망함을 느끼게 된다. 유명인의 자살은 베르테르 현상을 낳기도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렇게 감상에 젖을 수 만은 없다. 원인을 분석하고 나와 우리의 이웃이 스스로 죽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들 중 자살율이 높은 국가이다. 차라리 전쟁 중에 자살률이 떨어지는 것은 자신에 대한 공격성이 공통의 적들에게 돌려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쟁 중에는 또한 인간관계가 훨씬 밀접해져 자살로 이끄는 가장 큰 요인인 사회적 고립을 약화시키는 경향이 있다고도 한다.

정부는 지난해 1월 23일 우리나라의 자살률을 2022년까지 인구 10만 명당 17명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담은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을 발표하고 최근 5년간의 자살자 전원에 대해 '심리적 부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심리적 부검(psychological autopsy)은 자살을 행한 사망자의 죽음과 관련된 정신적, 행동적인 요인들을 규명하는 행위이다.

[이미지 출처=The Nurse Page]
심리 부검[이미지 출처=The Nurse Page]

심리적 부검(psychological autopsy)이란 정신과 전문가들이 자살자의 가족을 비롯한 지인을 심층적으로 인터뷰하고 고인의 유서나 일기 등 개인적 기록과 병원 진료 기록 등을 분석해 자살의 이유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을 일컫는다.
[출처=자살에 대한 심리적 부검]

국제사회보장리뷰 김정윤의 '자살에 대한 심리적 부검'에 따르면 심리적 부검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종합하여 사망의 구체적 원인과 심리 정황을 분석하면 자살이 실제로 사고사나 타살이 아닌 자살이었는지를 밝힐 수 있다.

또한 심리적 부검이 적절하게 이뤄지면 향후 유가족의 죄책감이나 심리적 부담감을 경감시키는 상담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으며, 유가족 지원 사업과 자살 예방정책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미지 출처=중앙심리부검센터]
한국형 심리부검 체크리스트 [이미지 출처=중앙심리부검센터]

심리적 부검 등의 자살예방 프로그램은 이미 미국, 핀란드 등 선진국에서 자살을 줄이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핀란드는 심리적 부검 제도를 필두로 한 국가 주도형 자살예방 프로젝트를 시행해 자살률을 성공적으로 감소시킨 대표적인 나라이다. 중앙정부의 주도하에 지방자치단체, 학교, 직장 및 지역사회조직 등이 적극적으로 자살대책에 참여하는 환경과 제도가 조성되어 자살예방대책의 지속적인 효과를 보여 주고 있다.

특히 핀란드가 심리적 부검으로 자살률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유가족을 비롯한 자살자 주변인들의 적극적 참여이다.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 문화권에 서는 자살을 터부시하고 숨기려는 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유가족의 협조를 받기 어려워 심리적 부검이 시행되기 쉽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심리적 부검이 체계적이고 원활하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자살 사망자의 유가족과 주변인들을 위한 배려와 지원이 우선되어야 한다.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자살예방기관 및 의료기관 등을 연계시킨 인프라를 구축하고 심리적 부검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이미지 출처=보건복지부]
생명을 살리는 자살예방 지침서 [이미지 출처=보건복지부]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종교계와 함께 <생명을 살리는 자살예방 지침서>를 출간했고, 22일에는 자살유족에게 치유과 희망을 전하는 행사도 개최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심리부검센터는 자살 유족이 가족, 친지, 친구 등 주변으로부터 상처받지 않고, 올바르게 위로받을 수 있도록 지난 9월 2일부터 10월 25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위로가 되는 말, 상처가 되는 말’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여 가장 많이 응답한 다섯 가지의 말을 각각 선정하였다.

  • 위로가 되는 말 : 1. 많이 힘들었겠다, 2. 네 잘못이 아니야, 3. 힘들면 실컷 울어도 돼, 4. 고인도 네가 잘 지내기를 바랄 거야, 5. 무슨 말을 한들 위로가 될 수 있을까
     
  • 상처가 되는 말 : 1. 불효자다, 나약하게 자랐나 보네 등 고인에 대한 험담, 2. 이제 그만 잊어라, 3. 너는 고인이 그렇게 될 때까지 뭐했어?, 4. 왜 그랬대?, 5. 이제 괜찮을 때도 됐잖아.

니체는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다. 우리 앞에 직면한 두려움을 피하지 말고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놀이에 빠진 어린아이처럼 살고, 시련에서 극복하려는 자기자신을 존경하라고도 했다.

거창한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게 아니라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조금만 돌아보면 나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웃은 어디에나 있다. 

스스로 죽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은 서로 품고 손잡아주는 사회 ⓒ포인트경제
스스로 죽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 ⓒ포인트경제

그들에게 수줍은 나의 손을 내밀어 잡아보자. 나로 인해 한 사람이 일어날 힘을 얻는다면 나의 삶은 이미 유의미하고 가치있는 삶이 아닌가. 

얼마 전에 종영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마지막회에서 까불이(극 중 살인자)는 의기양양하게 자기말고 또 살인자가 있다며 불확실한 현실과 불안한 사회의 여지를 던졌지만 용식이(강하늘 분)는 그 특유의 힘주는 눈을 하며 말했다. "이 사회엔 너같이 까부는 까불이들보다 선한 사람의 쪽수가 훨씬 많다."고 쪽수 많은 쪽이 이기는 거라고.

금수저도 은수저도 흙수저 조차도 없이 나고 자란 동백이의 삶은 고단했지만 옹산의 투박하면서도 정많고 정의롭게 서로 품고 지켜주는 이웃들 덕에 처음으로 뿌리를 내리고 희망을 얻었으며 행복을 거머쥐며 드라마는 끝이 났다.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긴 하다. 드라마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현실은 너무 힘들어서 그대로 가져와 글을 쓰면 안된다고 한다. 하지만 드라마 또한 현실을 투영한다. 

고단한 삶을 살아내는 우리의 삶을 서로 품고 이겨내는 희망과 감사의 이야기로 우리 스스로 써내려갈 수 있다고 믿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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