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3년간 65회 행사중 12회만 수어통역 실시
어린이날, 어버이날, 노인의 날, 수어통역 없어
정부주최 행사, 수화통역 등 장애인 편의제공 의무 지키지 않아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재난방송 수어통역 화면 해설 등 차별 진정
스마트 수어방송 서비스, 사용자가 수어화면의 크기·위치를 조정

[장애인 권리] 왜 '수어 통역' 제공 안해주나요?ⓒ포인트경제

수어통역 등의 장애인 편의 제공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법적으로 장애인에게 편의 제공해야하는 정부 행사, 인명피해가 날 수 있는 재난 방송 등에서도 수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는 곳이 있으며, 해외방송 보다 비교적 수어 통역 영역이 작다는 의견도 있다. 

장애인 정책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정부 공식 행사개최 시 수어통역과 점자안내지등 법률에 정한 장애인 편의제공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국회의원은 보건복지부가 최근 3년간 개최한 주요 공식 행사 64건을 분석한 결과 12번의 행사에서만 수어통역이 진행됐고, 점자 안내지는 4번 제공, 나머지 53번의 공식행사에서 장애인을 위한 정보제공과 편의제공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장애인복지법 제22조 정보에의 접근 3항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적인 행사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사를 개최할 경우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국수어 통역 및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및 인쇄물 접근성바코드가 삽입된 자료 등을 제공하도록 되어있다. 또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 정보통신ㆍ의사소통 등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 2항에 공공기관이 주최 주관하는 행사에서 장애인의 참여 및 의사소통을 위해 한국수어 통역사ㆍ문자통역사ㆍ음성통역자 등 필요한 지원을 하도록 되어 있다. 

최근 3년간 기념일 수 및 장애인 지원 현황[자료 제공=진선미 의원실]

그러나 복지부가 최근 3년간 주관한 행사 64건 중 장애인의 날과 구강보건의 날, 사회복지사의 날, 보건의 날 행사 4개를 제외한 어버이날, 어린이날, 노인의 날 등 전체 행사에서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을 일체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지의 경우는 장애인의 날엔 최근 3년간 계속 배포했고, 호스피스의 날에는 1회 배포했고, 나머지 모든 행사에서 제공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러하니 보건복지부 외 다른 부처들 또한 법에 정해진 주요 부처의 공식 기념일 행사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수어 통역과 점자 지원, 휄체어 별도 좌석 배치 등의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제공 조치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개최된 행사 관련, 교육부 주관 스승의 날과 국방부 주관 국군의 날, 환경부 주관 환경의 날 등 주요 행사에서도 수화 통역 등의 장애인 편의제공이 미흡했다. 매년 치러지는 같은 행사임에도 어느 해는 수어 통역을 하기도 하고, 하지 않기도 해서 행사담당 직원들의 장애 인권 감수성에 따라 실시여부가 정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선미 의원은 “장애인 정책을 담당하는 주무 부처가 법으로 정해진 장애인을 위한 정보접근 및 편의제공에 소극적이라면 다른 부처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면서 “법률에 의해 집행되는 각 정부부처의 공식 기념일 및 행사의 경우 수어통역과 문자안내지, 음성 통역 등 필요한 지원이 의무임을 명심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복지부가 주관 행사에서 왜 장애인 편의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 냉철히 파악해야한다”면서 “향후 다른 부처들이 주관하는 공식 행사에 대해서도 실태 점검과 협의를 통해 장애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정당한 권리를 향유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한다” 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법령에 명시된 기념일과 장애인 편의제공 현황 (2017-2019년)[자료 제공=진선미 의원실]

한편 지난 4월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수어 통역과 화면해설을 제공하지 않은 것이 장애인 차별이라며 서울 중구 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 대상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재난방송 주관방송사 KBS와 지상파방송사 MBC, SBS 등이다. 이들은 "장애인 특성에 맞지 않은 재난 상황의 고지, 수어 통역 미비 등의 문제는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들의 재산은 물론 인명피해를 키울 수 있기에 하루빨리 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재난방송에서의 수어 통역, 화면해설, 자막방송과 관련한 기준과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강원도 산불 재난방송 수어통역, 화면해설 등 미제공 차별진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강원도 산불 재난방송 수어통역, 화면해설 등 미제공 차별진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 제공=뉴시스]

또한 해외 방송에서 제공하는 수어통역과 비교해서 국내 수어통역의 제공이 사이즈가 작다거나 손동작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어왔다. 

[출처=인스티즈]
[사진 출처=인스티즈 / 케미컬 뉴스 재구성]

스페인과 러시아 영국 방송화면의 수어통역 영역을 확인해보면 화면상 차지하는 비율도 큰 편이다. 

이러한 수어화면 크기 조정 개선에 대한 노력도 있긴하다.

몇년간의 시범서비스를 진행하고 지난 7월에 방송통신위원회는 4일부터 청각장애인의 방송 접근권 확대를 위해 스마트 수어방송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수어화면을 확대해서 보고자 하는 청각장애인의 요구와 수어화면이 방송을 가리는 것에 대한 비장애인의 개선 요구를 모두 반영한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다.

스마트 수어방송 서비스는 사용자가 수어화면의 크기·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 스마트 수어방송 서비스는 방통위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가 2014년 기술개발을 시작해 2016년 시범방송을 거쳐 올해 장비 이중화 등 시스템을 구축했다. 스카이라이프, SK브로드밴드를 통해 KBS, MBC, SBS, YTN, JTBC, TV조선 채널에서 시청할 수 있다. 7월 말부터는 CJ헬로를 통해서도 시청 가능하다.

스마트 수어방송은 MBC '뉴스데스크', JTBC '아침&뉴스', YTN '뉴스N이슈', TV조선 '뉴스9' 등 보도프로그램, KBS2 '세상에서 가장 예쁜 내 딸' 등 드라마와 SBS '정글의 법칙' 등 예능 프로그램에 적용되고 있다. 향후 편성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확대할 예정이다.

기존 수어방송과 스마트 수어방송 비교[제공=뉴시스]
기존 수어방송과 스마트 수어방송 비교[이미지 제공=뉴시스]

물론, 이런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장비(셋톱박스) 등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든 차별을 느끼지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지속적인 노력들이 필요하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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