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구원, 독성없고 고온서 견디는 강한 플라스틱 개발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논문게재

옥수수로 만든 아이소솔바이드와 석유로 만든 비스페놀A의 구조식.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환경호르몬 걱정에서 자유롭고 강철보다 강하며 200℃이상의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슈퍼 바이오플라스틱'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오동엽·박제영·황성연 박사가 식물성 성분인 '아이소솔바이드(isosorbide)'를 이용해 고강도·고내열성의 투명 바이오플라스틱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플라스틱은 식물성 성분 단량체인 아이소솔바이드로 만들어 환경호르몬 걱정이 없는데다 물성이 우수해 기존 비스페놀A(Bisphenol-A)계 석유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단량체는 분자량이 1만 이상으로 큰 고분자를 이루는 단위분자로, 고분자는 고체로 존재할 때 단단하지만 열에 녹아 액체가 되면 성형 가능해 플라스틱이라고 부른다.

 연구팀에 따르면 비스페놀A계 단량체로 만들어진 폴리카보네이트와 폴리술폰은 고강도·고내열성 특성때문에 고압을 견뎌야 하는 정수기 필터나 치아교정기, 고온에서도 변형이 되지 않아야 하는 젖병과 밥솥 등에 많이 쓰인다.
 
하지만 비스페놀A는 환경호르몬으로 비만, 심장질환, 고혈압 등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고 다른 석유 플라스틱도 안전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따라 세계 연구진들은 비스페놀A계 플라스틱의 물성을 가지는 바이오플라스틱을 개발중이지만 식물성 성분 단량체가 화학적으로 안정된 탓에 반응성이 떨어지고 공기 중 수분에 의해 쉽게 화학반응이 끝난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어렵다.

오동엽 박사는 "기존 식물성 성분 단량체의 반응성이 떨어지는 탓에 바이오플라스틱의 강도가 석유 플라스틱에 비해 절반 이하였다"면서 "이는 상용화의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기들이 입을 가져다대는 장난감, 유모차, 젖병 소재가 믿을 수 있는 소재여야 한다”면서 “내 아이가 만진다는 생각으로 바이오플라스틱 개발에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화학연구원 연구진은 식물성 성분의 화학반응을 촉진시켜주는 상전이 촉매를 이용해 아이소솔바이드의 반응성을 극대화시켰다.

연구진은 단량체인 아이소솔바이드를 화학반응을 통해 하나씩 이어 기다란 화학물질로 만드는 과정에서 상전이 촉매를 이용했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은 단량체를 실에 구슬을 꿰듯 이어 고분자로 만든다. 

옥수수로 만든 아이소솔바이드와 석유로 만든 비스페놀A의 구조식.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상전이 촉매 이용 결과, 슈퍼 바이오플라스틱의 비강도(단위무게 당 강도)는 같은 무게일 때 69KN·m/㎏으로 강철(63KN·m/kg)보다 높았다. 이는  지금까지 학계에 발표된 바이오플라스틱 중에서 가장 강한 기록이다.
 
또한 인장강도는 80㎫로 대부분의 석유 플라스틱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고온에서 견디는 내열성도 매우 뛰어나 진공에서 300℃가 넘는 고온에서도 팽창하거나 변형되지 않았고 산소와 물리적 스트레스 조건에선 212℃를 견뎠다.

박제영 박사는 "실제 OLED 투명기판을 만드는 화학공정에서 300℃가 넘는 고온을 이겨냈다"며 "열팽창 계수도 약 25ppm/℃로 석유 플라스틱보다 최소 2배에서 최대 10배 정도 뛰어났다. 이로 전자제품의 부품으로 사용됐을 때 온도 상승으로 인한 소재 팽창 등의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연구진은 국제표준기준(ISO 10993-6)에 따라 쥐 모델을 이용한 인비보(in vivo) 독성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0~5점으로 나타내는 독성강도에서 1점 미만의 점수를 얻어 독성이 매우 낮다는 점도 입증했다.이 수치는 인공뼈와 임플란트 소재로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저널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 판에 6월13일자로 실렸다. 논문명은 'Sustainable and recyclable super engineering thermoplastic from biorenewable monomer'다.

황성연 바이오화학연구센터장은 "슈퍼 바이오플라스틱은 재활용이나 처분할때도 용이하다"며 "플라스틱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안전한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드는데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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